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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몇 퍼센트의 평등을 원하나김태욱 변호사(사무금융노조 법률원)
▲ 김태욱 변호사(사무금융노조 법률원)

아마도 “○○차별주의자”라고 하면 대부분은 이를 부인하거나 기분이 나쁠 것이다. 반대로 “평등주의자”라고 하면 대부분 칭찬으로 들을 것 같다. ‘평등주의자’라는 단어는 대체로 칭찬으로 여기면서 ‘차별주의자’라는 단어는 비난으로 여기는 것을 보면 ‘주의(ism)’ 혹은 ‘주의자(ist)’라는 부분 때문이 아니라 ‘차별’과 ‘평등’ 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차별과 평등은 무엇일까?

우선 임금을 보자. 모든 노동자에게 그 수행 업무와 무관하게 100% 동일한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회사는 거의 없고 이는 노동조합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렇게 하면 조합원들 내부에서 역(逆)차별이라고 항의를 할지도 모르겠다. 100% 평등이 아니므로 이것은 차별인가? 비정규직 혹은 여성노동자 A가 정규직 혹은 남성노동자 B와 비교하여 85% 동일한 업무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85%만큼 동일한 업무를 하므로 85%만큼 받아야 하는데 50%를 받는다면 차별이고 75%를 받는 것은 차별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려운가? 85%만큼 동일한 업무를 하는 A가 B의 95% 혹은 105%를 받으면 역(逆)차별인가? 그 전제인 85%만큼 동일한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고용안정성을 보자. 고용위기가 닥쳐왔을 때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하는 관행은 반복되고 있지만, 같은 사업장의 정규직 조직이 이것에 대해 적극 투쟁한 사례는 찾기 쉽지 않다.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방패로 활용하는 모습마저도 있다. 비정규직이 조직화 자체가 안 된 경우라면 특히 그러하다.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이므로 정규직보다 고용이 불안한 것이 당연한 것일까?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이 정규직의 50%면 너무 심하므로 차별이지만 80%라면 심한 정도까지는 아니므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인가? 정규직 노동자 조직이 같은 사업장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정규직의 50% 정도도 지키지 못한다면 차별을 수용한 것이지만, 80% 정도는 지킨다면 이는 어느 정도는 한 것이므로 차별을 수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가?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일가치노동을 제공했는지 여부보다는 근속에 따라 기본급이 달라지는 호봉제는 차별인가 아닌가? 근속이 길면 숙련도가 증가하고, 과거에 근속이 짧았을 때 낮은 기본급을 감수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며, 한국은 사회복지가 아니라 기업복지에 의존하는데 근속이 길면 생계에 소요되는 비용이 더 커지므로 장기 근속자에 유리한 호봉제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인가? 만일 장기근속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어야 할 필요성을 100이라고 할 때 100이 아니라 130을 지급한다면 이는 근속이 긴 노동자들에게 30% 과도하게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근속이 짧으면서도 동일가치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상대적으로 차별하는 것인가? 아니면 근속이 짧은 노동자들도 앞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인가?

위와 같은 차별과 평등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노동조합 내에서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하나의 노동조합 내에서 일정한 범위에서라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차별과 평등의 기준을 대법원에서 정하게 될지도 모른다(이미 일정 부분 정하고 있다). 이번 산업재해 유가족 특별채용 조항 사건에서 해당 조항을 무효로 본 하급심 판결과 (무효라고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 2명이 주요 근거로 삼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산재 유가족 특별채용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포함해 그 필요성이 명백한 반면, 별도의 특별채용 절차에서 매우 적은 인원이 채용되는 것이어서 구직희망자들에 대한 영향도 매우 제한적이고 간접적이었기 때문에 하급심 판결과 2인의 대법관이 차별금지와 평등의 원칙을 근거로 위 조항을 무효로 본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차별금지와 평등의 원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자제해야 한다고 한 “후견적 개입”을 불러오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불행히도 이는 여러 비정규직에 관한 사건에서 이미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이 법원 판결의 기준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소 산만하게 질문을 던졌으나,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소위 ‘공정(公正, justice)’에 대해 논의할 때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공정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차별금지 내지 평등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이러한 차별금지와 평등 문제에 대해 그 내부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 나름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과정에서 섬세한 인권감수성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내부 논의와 기준이 없이 원칙적인 구호로만 제시되는 총고용 보장, 차별금지는 공허할 것이다.

김태욱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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