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 열린 서울시 장애인 취업박람회 모습. <자료사진 서울특별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직장에서 동료 노동자의 피로를 풀어 주는 헬스키퍼로 일해온 ㄱ씨. 그는 지난 3월 회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더 이상 같이 일하기 어려우니 자진퇴사나 무급휴직 중 하나를 택하라는 통보였다. 회사에선 자진퇴사시 몇 개월치 임금을 챙겨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재취업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도저도 택할 수 없었던 ㄱ씨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에 상담을 청했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장애인 노동자가 위기에 빠졌다. ㄱ씨와 유사한 사례가 늘어 협회를 비롯한 장애인단체에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헬스키퍼·네일아트·제조업
재택근무 어려워 해고 압박


부당해고부터 일방적인 강제 연차사용, 권고사직 종용 등 사례도 다양하다. 조호근 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장은 “예년에는 상담이 거의 없었던 청각·시각장애인의 해고 관련 상담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폭증했다”며 “이들이 주로 일하는 헬스키퍼 혹은 네일아트 업종은 재택근무가 아예 불가능해 권고사직이나 휴직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헬스키퍼는 안마기술을 배운 시각장애인이 안마시술소가 아닌 일반기업에 취업해 동료 노동자를 안마해 주는 직종이다. 직종 특성상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해고와 관련한 상담이 증가추세다. 이 밖에도 청각장애인들이 일하는 네일아트처럼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무를 중심으로 장애인 노동자가 일자리 밖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전에 없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다. 통계가 없다. 장애인의 노동실태를 조사하는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는 1년에 한 번 작성해 연말에 공개한다. 올해 장애인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어떤 타격을 입었는지도 연말에나 확인할 수 있다.

취업시장도 ‘꽁꽁’
“재택근무 방안, 지원책 마련해야”


짐작은 가능하다. 장애인 노동자가 많이 일하는 사업장 규모와 코로나19로 실직이 급증한 사업장 규모가 일치한다. 지난해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노동자 88만1천890명 가운데 36만5천978명이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도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속출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월 전체 실직자 207만6천명 가운데 5명 미만 사업장에서 85만5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조 센터장은 “장애인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 규모는 5명 미만·10명 미만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이들 전체가 코로나19발 고용위기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였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취업시장도 얼어붙기는 매한가지다. 매년 4월에 열렸던 장애인고용촉진대회는 연기된 끝에 7월에야 개최됐다.  4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발달장애인기능대회는 9월로 미뤄졌다가 다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교육연수도 잠정연기했다가 비대면 사이버교육으로 전환해 실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피해를 막기 위해 장애인 고용장려금(30만~80만원) 지급 시기를 분기에서 월로 바꿨다. 고용장려금 지급 기준이 되는 임금지급기초일수 16일에 유급휴가나 휴업기간을 포함해 지금 범위도 넓혔다.

조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하는 재택근무에 장애인 노동자도 동참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일부 업종은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장애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일하는 제조업에서는 대책이 없다”며 “장애인 노동자 재택근무 방안과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지원정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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