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병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그동안 국내 산재 피해자들이 당국의 무관심 속에 후유증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의 이중고에 시달려온 상황에서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산재보상의 확대와 노동권 신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단독 박해식 판사는 12일 20년간 광원으로 일하다가 진폐증에 걸린 뒤 정신분열증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석모씨의 부인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61년부터 광원으로 일했던 석씨는 83년 진폐증 판정을 받고 회사를 퇴직한 뒤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공장 야간경비로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폐질환은 더욱 악화됐고 97년부터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우울증과 정신분열증까지 겹쳐 지난해 1월 결국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이에 앞서 같은 법원은 최근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입은 뒤 자살한 이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도 원고승소 판결했다. 금속산업연맹 김기덕 상근 변호사는 “노동관계에서 약자의 지위에 있는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해준 판결”이라며 “정부당국이 후유증 치료의 범위를 넓히고 제도적 보상책을 확충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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