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24일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산업안전 긴급자동차’ 운영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안전감독 물량도 2천300곳을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건설현장을 포함해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는 처음으로 800명대로 줄었다. 노동부는 타깃을 제조업으로 확대하고 사망사고 감소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감독 방향을 건설업으로 잡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건설업을 포함해 산재 사망사고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패트롤카를 운영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었다. 그런데 왜 다시 산재가 늘어나는 것일까. 패트롤카와 비슷한 긴급자동차 운영으로 증가하는 산재사고 사망을 줄일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것은 근본처방이 아닐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 안전한 건설현장 일상화해야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

노동부가 산업안전 긴급자동차 49대를 도입해 전국 지방노동관서에서 운영한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 그동안 근로감독관은 관용차가 제공되지 않아 현장감독에 나서거나 산재현장에 출동할 때 개인용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산업안전 긴급자동차를 활용하면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단순히 개인차량을 관용차로 바꾸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근로감독관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지금보다 현장 중심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안전 긴급자동차를 늘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긴급자동차가 49대 도입되면 전국 47개 지방노동관서에 1대씩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일회성 대책에 그칠 게 아니라 점차 확대해 기동성 있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근로감독관 인력증원 문제도 개선돼야 할 과제다. 정부가 근로감독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최근 4년간 감독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근로감독관 한명이 1천400여 사업장을 담당해야 할 정도다. 긴급자동차 도입은 물론 근로감독관 증원도 계속 이뤄져야 한다.

관리·감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는 각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 산업안전조치를 하지 않거나 공사기간을 단축해 얻을 수 있는 부대 이익이 사고가 발생해 물어야 할 책임과 비용보다 큰 구조를 바꿔야 한다. 관리·감독은 관리·감독대로 강화하더라도 ‘안전한 건설현장’을 일상화하려면 기업주와 실질적 경영책임자에 사고 책임을 묻는 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

객관적·과학적 분석 통한 근본적 대책 필요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 실장(수석연구원)

▲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 실장(수석연구원)

일단 산업안전 긴급자동차 운영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그런데 당연한 일을 이제야 하면서 생색을 내는 노동부의 모습에 쓴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근로감독관 개인 차량을 이용해 사업장 현장감독과 산재현장을 출동했다는 게 어이가 없을 뿐이다. 당연히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공됐어야 할 차량을 이제야 지원한다니. 정부가 산재예방 업무에 얼마나 무관심 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왕 산업안전 긴급자동차 도입을 통해 신속한 현장 대응을 추진한다면 49대가 아닌 100대 정도를 운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지난해 노동부는 사고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패트롤점검을 추진했다. 올해 1월 노동부는 “산재 사고사망자가 전년대비 116명 감소했고, 건설업에서 사망사고가 485명에서 428명으로 줄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는 단순히 사망자수 만을 비교한 것이다. 오히려 건설업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사망자수)은 2018년 1.65에서 1.72로 높아졌다. 건설업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산재 사망사고를 비롯해 건설현장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산재 사망사고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만약 노동부가 산재사망 대책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면서 시행한 건설현장 패트롤점검이 제대로 시행됐다면 올해 그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산재사망은 줄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오히려 차량을 이용한 현장점검을 강화한다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노동부 로고와 현장감독이라는 표시를 하고 경광등을 울리면서 현장을 돌아다닌다면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질지 모르겠다. 우리가 운전할 때 교통경찰차가 지나가면 더 조심하게 되듯이. 이런 방식이 과연 건설현장의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업안전 긴급차량을 도입하고 건설업에 대한 산업안전 감독을 확대하기 전에 지난해 실시한 현장 패트롤점검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패트롤점검 사업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했고 목표는 어떻게 달성했는지, 사업 추진 시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건설업에서의 사망만인율은 왜 증가했는지 평가가 이뤄진 후에 정부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건설업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지도 못하면서 차량을 도입하고 건설현장 점검 개소를 확대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다면 이는 산재예방 기금을 낭비하는 것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의 산재예방에 소홀해 질 수 있어 오히려 산재 사망사고를 감축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사업보다는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먼저다.

정확한 실태 분석에 근거한 선택과 집중 필요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올해 1월 노동부는 2019년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수가 428명으로, 2018년 485명에 비해 57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그 감소가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정,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 협업 등의 결과라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부의 평가는 얼마 가지 않아 잘못된 분석에 근거했음이 드러났다.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건설업 사망만인율이 2019년 1.72로 나타나 2018년 1.65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8년에는 294만3천742명의 건설노동자 중 485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반면 2019년에는 248만7천807명의 건설노동자(2018년 대비 45만5천935명 감소) 중 428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했다. 결국 2019년에 건설업 산재사고 사망자수가 줄어든 것은 건설업 취업 노동자수가 45만5천935명 감소한 데 따른 것일 뿐, 건설업 산재 사망사고는 2018년에 비해 지난해 더 심각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노동부가 강조한 것처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산재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잘못된 현실 인식은 선택과 집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곳을 모르는 사람이 길을 찾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노동부가 감독의 방향을 제조업으로 돌렸다가 건설업으로 다시 돌린다고 한다. 패트롤카와 유사한 긴급자동차를 운영한다고도 한다.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을 논하기에 앞서 노동부에 묻고 싶다. 이번 정책이 현실 인식, 즉 정확한 실태 분석에 근거한 것인지 말이다. 선택과 집중에 앞서 정확한 실태의 수집과 확인, 면밀하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건설현장 실질적인 안전관리자는 팀·반장
박종국 경기도 노동권익센터장

▲ 박종국 경기도 노동권익센터장

전체 산업재해의 25%를 차지하는 건설현장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노동부는 페트롤점검 순찰차 도입을 통한 점검강화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산재가 줄어든 해도 있었지만 여전히 건설업 중대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정말 건설업이 위험업종이라서 그럴까.

건설업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단속강화’와 더불어 ‘구조개선’이라는 두 개의 축이 필요하다. 구체적 방안을 보자. 우선 다단계하도급 형태 공사가 자리 잡은 건설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관리 주체는 팀·반장이다. 이들에 대한 ‘특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팀·반장은 채용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팀·반장에 대한 노동자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먼저 이들의 협조와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팀·반장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자격이수증’ 부여 같은 유인책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이 간과했던 부분이다. 노동부 페트롤점검은 재해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형 공사현장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사고가 많이 나는 소규모 사업장에 실제로 가보면 현장관리자를 만나기 힘들다. 팀·반장 지시에 작업자들만 나와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안전모를 착용하고 일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경기도는 이러한 소규모 건설현장 산재 예방을 위해 ‘노동안전 지킴이’를 위촉했다. 사업장 지도와 사업주 안전컨설팅 사업을 전개하면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협업한다면 산재 예방 효과는 더 클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다면 각종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 어느 정도 안전관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건설현장 안전관리 부분이 지나치게 추락재해 예방에 집중돼 있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에서 드러나듯, 중대재해는 악마의 유혹처럼 보이지 않은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목숨을 끊임없이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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