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코로나19 2차 대확산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 초 1차 팬데믹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는 ‘K 방역’을 선전하고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안전하지 않은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배송, 돌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특히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한다. 이륜차 사고 사망자수가 올 상반기에 13.7% 늘었다는 통계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가중된 배달 노동자의 노동강도와 노동재해를 반영한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가장 큰 위기에 처한 것은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플랫폼노동이 가장 먼저 등장한 미국에서도 우버(Uber) 등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로 취급되면서 노동법과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돼 왔다. 이들은 호황기에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경제위기 때는 실업급여도 없이 내버려 진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지만, 올해 1월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AB5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자 오분류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 핵심은 (A)해당 노동자가 사업주의 통제를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고, (B) 해당 노동자의 업무가 해당 사업주의 통상적 사업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며, (C)해당 노동자는 해당 사업주를 위해 수행하는 업무와 동종 분야에서 자신이 독립적으로 별개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라는 사실을 사용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그 노동자를 노동법의 근로자로 본다는 것이다.

일찍이 2018년 4월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위와 같은 법리로 개인사업자로 취급된 화물운송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플랫폼노동자들과 노조의 요구를 받아 2019년 캘리포니아주는 AB5 법안을 통과시켰다. 플랫폼 대기업들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며 반대 캠페인을 벌였고, AB5법이 위헌이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플랫폼기업들은 AB5법 시행으로 자신들이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적용하게 되면 인건비가 급증할 것이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실업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플랫폼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면 이들마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위협하며 AB5법에 저항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기업의 위협에 캘리포니아 법원과 주 정부가 취한 대응이다. 지난 2월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AB5법 시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5월에는 캘리포니아주 검찰이, 플랫폼기업이 자신의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불법적으로 오분류하고 있는 것을 즉시 멈춰야 한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주검찰은 보도자료에서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잘못 분류하는 것은 이들의 사용자로서 부담해야 할 최저임금, 실업보험료 등의 비용을 노동자나 납세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처분 신청에는 캘리포니아 주검찰 이외에도 LA·샌디에고·샌프란시스코 검찰이 함께했는데, 이들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플랫폼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과 비용은 비단 노동자 개인의 부담일 뿐 아니라 전체 납세자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플랫폼기업이 AB5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8월 10일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은 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캘리포니아주 노동부는 또 어떠했는가. 5천명의 노동자들이 플랫폼기업을 상대로 체불임금 진정을 제기하자 아예 이들을 대리하여 체불된 임금, 사회보험료 지급을 요구하는 대표소송에 나섰다. 주 노동부는 이 소송에서 이기면 체불임금 진정을 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해당 플랫폼기업의 노동자 전부에게 승소금액을 배분하겠다고 공언했다.

코로나19 2차 위기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도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위기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는 요건은 고용안정이어야 함을 명백히 하고, 불안정고용·위장 자영인을 사용하여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노동자와 사회에 전가한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하는 것,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비정규직·플랫폼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이 준수되도록 공권력을 발동하는 것이 그 단초가 될 것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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