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금융지주회사 CEO의 ‘셀프연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최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면서 재벌에 가까운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사실상 회장의 입김에 따라 후보를 정하고, 연임까지 달성하는 구조라 ‘셀프연임’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을 시도해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그룹 내 10개 계열사 노동자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반대 여론이 높다며 윤 회장의 연임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법·제도상 이들의 연임을 제한할 규정이 뚜렷하지 않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한 관계자는 26일 “연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높지만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계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도 금융회사 CEO의 셀프연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에서도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위 발의안은 지난 2018년에도 발의했다가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던 법안과 같다. CEO가 사외이사를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CEO가 의결권이 없어도 임원추천위에 참석해 의견을 내는 등 사실상 임원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이를 차단해 사외이사의 독립적인 선임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다.

배 의원은 사외이사 연임에 대한 자격을 강화하는 법안을 낼 계획이다. 사외이사 연임시 외부기관의 독립적인 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노동자의 감시기능도 강화한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노조 추천인사 혹은 노동자 대표 추천 인사가 참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도 조만간 같은 법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3년 임기가 원칙인 금융회사 CEO 자리가 9년 임기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CEO의 입김에 따라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에서 현임 CEO를 추천하는 부분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나 9월 안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의원은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지주회사 CEO의 ‘셀프연임’ 관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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