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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그들의 사정? 노동부 ‘불법파견 시정지시 처리지침’ 문제점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 사건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처리하도록 한 ‘불법파견에 따른 직접고용 시정지시 관련 지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불법파견 시정지시 처리지침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①진정·청원 사건이나 근로감독을 통해 불법파견을 확인한 사건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른 시정지시와 파견법에 따른 과태료처분을 하고 ②사용사업주의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시정지시와 과태료처분을 하지 않고 검찰의 판단을 전적으로 따르며 ③근로감독 실시 중 고소·고발이 제기된 사건은 사건의 복잡성과 파급력, 당사자와 공정의 중복 등을 고려해 본부와 지방관서 간 협의를 통해 결정 ④확정되지 않은 민사판결이 있는 경우 또는 확정판결의 공정과 동일한 공정에서 근무하는 소송 외 근로자가 있는 경우 사안별로 근로감독 실시 여부를 검토해, 근로감독을 실시한다면 위 1항과 같이 처리한다.

불법파견 시정지시 처리지침은 다음과 같이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고용노동부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내부업무처리지침만으로 특정 유형의 사건에 대해서만 권한행사를 하지 않거나 미루도록 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46조 등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 6조의2 1항에 따른 직접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반드시 과태료(직접고용 시정지시도 과태료처분 전 사용사업주의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기 위해 하는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고유의 권한이다)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이나 조사를 통해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확인한 경우 검찰의 판단이나 법원의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둘째, 불법파견 시정지시 처리지침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2017년 9월께 고소·고발 사건이던 아사히글라스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의 불법파견 사실을 조사한 후 각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함과 동시에 시정지시를 했다. 고용노동부는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자 과태료처분까지 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17년 10월 불법파견 혐의로 고소당한 KT스카이라이프를 파견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후 같은해 11월 KT스카이라이프에 고소인 2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지시했다. 당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통상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시정지시까지 수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파견(의 경우)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시정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셋째, 불법파견 시정지시 처리지침은 고용노동부가 밝힌 업무계획과도 배치된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업무계획에서 전략적·사전 예방적 근로감독을 제시하면서 불법파견 의심 사업장에 대한 수시감독을 실시하고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고용 시정지시 허용 등 행정지침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넷째, 불법파견 시정지시 처리지침은 고위관료들의 자의적인 개입과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고용노동행정의 적폐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8년 9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감독관의 업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본부의 권한 범위를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명확하게 둘 것을 권고했다. 대통령 훈령인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도 행정사무처리 등과 관련해 발령하는 지침 등은 재량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제·개정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사건의 복잡성과 파급력, 혼란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사건 유형을 가르고, 본부와 지방관서 간 협의를 통해 사건처리를 결정하도록 하는 등 고위관료들의 자의적인 개입이 가능하도록 은밀히 내부업무처리지침을 만들어 시행 중인 것이다.

행정기관이 업무의 통일성과 효율성을 위해서 내부업무처리지침을 만들어 시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고용노동부가 ‘쉬운해고·취업규칙 변경완화 2대 지침’과 같이 내부업무처리지침이나 가이드 등을 가장해 사용자에게 유리한 노동행정을 펼쳐온 것을 수없이 봐왔다. 재벌대기업의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서 온갖 이유를 대가며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저들의 사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노동행정은 여전히 재벌대기업과 고위 관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탁선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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