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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의 경과-기아차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 선고에
▲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011년이었으니 9년이 걸렸다. 지난 20일, 대법원 2호 법정에서 마침내 기다렸던 판결 선고를 들었다. 약 2만8천명의 노동자들이 원고로 참여한 기아차 통상임금사건에 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던 것이 2011년 10월이었다. 코로나19로 발열 체크를 하고서 입장한 법정에는 전·현직 노조간부들을 포함해서 많은 조합원들이 착석해 있었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과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하고서 대법관의 판결 선고를 기다리면서 나는 갑을오토텍 통상임금사건에서 2013년 12월 대법원 대법정에서 있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가 떠올랐다. 그때도 긴장하고서 선고를 기다렸다. 당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 선고를 듣고 안도했다가 신의칙 운운하는 선고를 듣고는 몹시 씁쓸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법관이 피고 항소를 기각한다는 선고의 말만 들었다. 바라던 대법원의 판결 선고였다. 원심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원고 노동자들은 상고하지 않고, 피고 사측만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던 것이니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항소 기각이라는 대법관의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법정을 나왔다. 그리고 이날 나는 법정 밖에 마련된 기아차지부의 긴급 기자회견장에서 노동자를 대리한 담당변호사로서 재판의 경과와 판결의 의미 등에 관해 말했다.



2. 2011년 10월7일 소장을 제출했다. 그 뒤 기아차 통상임금사건은 법원의 시간에 따라 흘러왔다. 소장을 제출한 뒤 금아리무진사건에 관해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기아차노조와 통상임금소송을 검토할 당시에도 상여금에 관해서도 통상임금 해당성을 주장해보자고 나는 노조에 제안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하기휴가비, 선물비 등 복리후생명목 임금에 관해서는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면서도 상여금에 관해서는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은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태에서 전 조합원들을 참여하는 소송이라 인지대 등 소송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상여금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금아리무진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재판부에서 통상임금 법리를 정리하기 위해 갑을오토텍사건에 관해 공개변론을 열었고, 2013년 12월18일, 재직자에 지급하는 하기휴가비, 선물비 등 복리후생명목 임금은 통상임금 해당성을 부정하고 상여금은 다른 임금항목과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졸지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던 하기휴가비 등은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 이렇게 되자 2014년 초 기아차에서 일부 노조 간부들이 소송을 취하하고, 상여금에 관해 대표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 주장에 따르게 되면, 2011년까지의 체불임금은 3년 임금채권 소멸시효로 인해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그 주장은 2만8천명 조합원들의 2011년까지 3년분 임금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복리후생명목 임금 대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신청하는 것을 제안해서 당시 기아차노조 집행부를 설득하고 지부 대의원대회 등에서 설명했다. 그 뒤 사건은 제안한 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니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으로 변경해 진행하게 됐다. 물론 소멸시효 주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재판에서 사측의 주장으로 계속됐다. 1심부터 대법원 재판까지도 사측 대리인은 소멸시효 항변을 반복해서 주장했다. 그리고 그 주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타당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법적 판단을 받았다. 즉 “이 사건 소제기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전제로 한 미지급 법정수당 전부에 미친다”고 판결함으로써 그 주장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4년에 한 청구취지 변경신청은 2011년 10월 소제기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그대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3. 1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조합원들의 구체적인 청구금액 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다. 여기에 사측은 신의칙 위반을 주장하며 회사 경영상태에 관해 회계 감정신청까지 했다. 이로 인해 재판은 계속 지체됐다. 세세하게 하나하나 원고별로 산정금액을 피고 사측이 트집 잡고 물고 늘어진다면 약 2만8천명에 이르는 원고들의 청구금액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기아차사건에 앞서 소제기를 했던 지엠사건(원고 약 1만명)이 그 청구금액 정리가 되지 못해 법원판결을 받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재판 진행과 관련해서 기아차 대의원대회에 불려가 대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던 일이 떠오른다. ‘빨리 판결을 받게 해 달라’ ‘변호사가 뭐 하고 있는 거냐’는 말을 2017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들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2017년 당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41부)가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 덕에 청구금액을 정리해서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감정기관인 회계법인은 감정결과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작해야 얼마를 추가 법정수당으로 지급하게 될 것인지에 관해 회계감정할 수 있을 뿐인 회계법인이 제멋대로 회사 경영상태까지 진단한다니 가당치 않는 감정결과였다. 그러한 진단은 신의칙 위반의 판단기준인 경영상태로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법원은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019년 2월, 2심 서울고법(1부)의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이 서울고법의 판결이 선고되자 기아차 노사합의가 있었다. 2019년 3월말 기준으로 판결 인정기준의 약 60%를 지급받기로 하는 합의를 대다수 조합원들이 받아 소를 취하했다. 이에 따라 소송은 약 3천명의 원고만 남게 됐다. 구체적으로 노사합의에 관해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무엇 때문에 대다수가 합의에 따라 소를 취하한 것인 궁금했다. 아마도 100% 승소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일 거라고 짐작하고서 당시 나는 대법원에서 신속한 판결을 선고받기 위해 궁리했다. 별도로 상고하지 않고 사측의 상고에만 대응하기로 했다. 심리불속행 등 대법원에서 보다 빠른 판결을 받기 위해서였다. 괜히 법적 쟁점이 부각되는 것을 피하고 원심이 판결한 대로 판단될 수 있도록 법리적 시시비비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래도 사측이 휴게시간에 관해 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수십 장의 보충이유서들을 제출할 때면 심각하게 반박서면을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고민했다. 대법원으로부터 선고일을 통보받고서는 혹시 사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을 걱정했다. 대법원의 선고가 있던 날, 법정 앞에서 사측 대리인 태평양의 장 변호사와 인사를 하면서 ‘뭘 그렇게 많이 작성해 제출했냐’고 물었더니 판결 선고를 앞두고 내가 참고서면을 제출했던 걸 말했다. 나야 뭐 이미 선고일이 잡힌 상태에서 제출한 것이니 선고를 늦춰질 것이 아니고 내용도 원심판결이 부당하다는 피고 상고이유가 부당하다는 것이라서 제출할만했다고 말하려다 바쁘게 법정에 들어가야 해서 말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궁리하고 걱정했던 대법원 재판은 비록 심리불속행 판결은 아니었지만, 1년 반 정도로 대법원 사건치고는 비교적 빠른 판결로 마칠 수 있었다.



4. 위에서 말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 신의칙 위반 등의 사측 상고이유 외에도,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사건은 노동자 권리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을 판결했다. 2012년 이전 기아차 단체협약은 토요일을 휴일이 아닌 유급 ‘휴무’로 규정하고 있었다. 2003년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많은 사업장에서 토요일을 주휴수당 등을 지급치 않기 위해 ‘휴일’이 아닌 ‘휴무일’로 정해서 운영하는 사례가 있었다. 바로 이렇게 ‘휴무’로 정한 토요일의 근로에 대해 기아차 소송에서는 휴일이라며 휴일근로수당을 청구했던 것인데 사측은 휴일이 아니라며 그 청구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특히 상고이유로 주장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휴일에 해당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리고 기아차에서 생산직의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오전오후 10분, 야간 15분)에 관해 사측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이라며 이를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서 연장근로를 산정하여야 한다고 사측은 주장했다. 이것도 사측의 주요 상고 이유였는데 “생산직 근로자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거나, 피고의 사업장 내 안전보건 및 효율적 생산을 위해 작업중단 및 생산 장비의 운행 중지와 정비 등에 필요한 시간으로도 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원은 다음 근로를 위한 대기시간 또는 준비시간으로 보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만도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법원이 판결한 바 있으나 만도사건과 달리, 이번 기아차사건에서는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판결 이유를 밝혀 인정의 근거 법리를 자세하게 판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기아차사건의 노동자 대리인으로서 해왔던 주장에 대한 대법원의 응답이라는 점에서 내게는 지난 9년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진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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