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주말에는 안전한 집에 머물러 달라”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당부에 따라서 주말 내내 집에 ‘콕’ 박혀 있었다.

오랜만에 소일거리 삼아 책을 하나 꺼내 읽는다.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우리가 기독교를 지키지 않으면 모두 다 악한 사람이 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기독교를 지켜 온 사람들이 대개 매우 악했습니다. 어느 시기에 종교가 강하면 강할수록 독단적인 신앙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 잔인성은 더 했습니다. (중략) 여러분은 인간 감정의 조그마한 발전도, 형법상의 모든 개정도, 전쟁을 적게 하는 모든 방안도, 유색 인종의 대우 개선을 위한 모든 대책도, 또는 노예제도의 완화나 이 세상의 모든 도덕적 진보도 세계의 조직화된 교회에 의하여 철저히 반대되어 왔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93년 전 영국 베터시읍 공회당에서 러셀이 한 강연을 옮겨 발간된 책이다. 기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다. 그로부터 3년 뒤 1940년, 러셀이 미국 뉴욕대 교수로 초빙되자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과 정치인들은 그가 교수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소송을 건다. “방탕하고 음탕하며 호색적이고 음란하고 에로틱하며 색정적이고 위엄이 없고 편협하고 허위이고 도덕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판결은 기독교인들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결혼과 도덕’이라는 그의 에세이가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됐다. 하지만 10년뒤 러셀은 이 책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니 역사는 결국 러셀의 편에 섰다.

러셀의 책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이 발견된다. 중세시대 흑사병(페스트)이 전국으로 퍼지자 성직자들은 신도들로 하여금 교회에 모여 구원의 기도를 하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신도들 사이에서 전염병은 급속도로 퍼졌다. 러셀은 “전염병도 인간의 죄를 벌하기 위해 보낸 것이니 오직 회개할 뿐 맞서 싸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이를 지식이 없는 사랑의 예라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독교의 행태는 변함이 없으니 이를 한결같다고 얘기해야 하나.

책을 읽다 보니 25년 전 한 노교수의 강의가 떠올랐다. “기독교와 자본주의는 닮은 구석이 있다”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나만이 구원의 길이요. 너는 가짜’라는 것이 기독교가 가진 ‘배타성’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전 세계는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서 통일돼야 한다는 철저한 배타성 속에서 세계화가 이루어졌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은 이 배타성에서 나왔으며 자본의 논리 또한 비슷하다.

집콕의 마지막 소일거리는 음악감상이다. 넥스트 5집(2005년 발매)에 수록된 고 신해철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개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앨범은 당시 공중파 3사로부터 모두 방송금지를 당했다. 앨범 가운데 들은 노래는 ‘Saving Private Jesus’ 우리말 제목으로 ‘예수일병 구하기’다.

“주 예수를 팔아 십자가에 매달아 삐까번쩍 예술적 건물을 올릴 적/주 예수를 팔아 그를 두 번 매달아 사세확장 번창 아주 난장이 한창(중략)/이놈은 이단이요, 저놈은 배반이요, 딴 놈은 개판이요, 그래서 이 몸은 사탄이요(중략)/이루어지리라(남편 승진)/이루어지리라(자녀 합격)/지옥가리라(현금 부족)/지옥가리라(교칙 위반)”

집콕 하는 동안 들려오는 뉴스는 무시무시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2차 대유행의 위기감도 높다. 이 위기가 일부 교회에서 시작됐음은 자명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광화문에 갔던 할아버지가 손자를, 예배를 본 할머니가 손녀를 감염시키는 이 상황을. 이들의 행태를 ‘다만 악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노총 대변인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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