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최근 경기도 안양 A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청소를 하던 노동자 ㄱ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안전·보건교육 책임을 피해 조리사와 함께 일하던 영양교사에게 돌려 노동계 비판이 일고 있다.<8월20일자 6면 ‘급식실 노동자 또 청소하다 쓰러져’ 참조>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초등학교 안전·보건교육은 사고 이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월 1회 정례적으로 실시하던 위생교육이 진행되긴 했으나 교육지를 받고 서명을 받는 수준이거나, 안전·보건에 관한 내용이 적어 안전·보건교육으로 이해하고 교육을 받은 조리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알려진 직후 안전보건교육 책임을 묻는 질문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실 책임자는 영양사 선생님”이라며 “(안전보건 교육은) 학교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부분인데 안 했다고 하면 (영양사) 선생님들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13일 ㄱ씨는 물로 희석된 락스를 사용해 450석에 달하는 나무 의자·식탁에 생긴 곰팡이를 제거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영양사도 노동자인데 안전보건 관리자?”

본부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사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라며 “안전·보건교육을 책임져야 할 관리자가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산업안전보건법 29조(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노동자인 영양사에게 안전보건교육을 전가하면 사고 발생시 사고 책임 또한 떠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가능성을 의식한 것인지 A초등학교 소속 영양사는 지난 19일 조리사에게 구두로 퇴근 30분 전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20일 일부 조리사들이 “안전보건교육은 사용자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더는 안전교육이 진행되지 못했다.

급식실 내 안전·보건교육 책임자를 둘러싼 논란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됐다. 경기도교육청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교육감 소속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에 법령 전부가 적용된다”며 개정된 ‘경기도교육청 안전보건관리체제’를 알리면서다. 해당 자료에는 △급식실 영양교사 △학교(기관) 청사 시설관리담당 주무관을 관리감독자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양사가 관리책임자의 일종인 관리감독자가 되면 16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하고, 연간 24시간의 안전·보건교육을 조리사에게 실시해야 한다. 박정호 본부 경기지부 조직국장은 “영양사는 위생을 중심으로 조리사를 교육해 왔을 뿐 안전·보건교육 전문가가 아니다”며 “(총괄 관리감독자인) 학교장의 책임을 영양사가 지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례 위반한 안전보건관리규정”

본부는 영양사를 관리감독자로 지정한 경기도교육청 행위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6조(안전보건관리규정의 작성·변경 절차)에 따라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작성·변경하려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생략됐다.

본부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공문을 내린 4월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근로자위원을 재선출하기 위한 재정비 기간이었다. 올해 1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학교 산업안전보건위원 구성 범위가 급식 노동자 중심에서 통학차량 운전, 학교시설문 유지·관리 업무 종사자로 확대돼 근로자위원을 재선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안전보건관리규정을 변경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본부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경순 본부 경기지부 급식영양분과장은 “6월 말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재구성된 뒤 7월22일과 8월12일 두 차례 산업안전보건위 실무위원회가 열렸는데 노사 입장차가 큰 상황”이라며 “(근로자위원측은) 관리감독자를 학교장으로 명시한 조례를 위반하는 사안이라고 하지만 교육청은 주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교육청 산업안전보건증진에 관한 조례안은 지난해 8월 경기도의회에서 수정·통과됐다. 조례 7조5호는 “‘관리감독자’는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공립유치원장, 공립학교장 및 직속기관의 장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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