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매년 근로계약 갱신을 반복하다 계약만료 통보를 받아 일자리를 잃은 영어회화 전문강사 부당해고 소송에서 대법원 판단이 엇갈렸다.

20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부산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부산시의 상고를 기각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면 이날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광주시가 상고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부당해고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 재판부는 영어회화 전문강사 계약만료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같은날 이뤄진 영어회화 전문강사 부당해고 소송에서 판결이 엇갈린 것은 형식적 채용 절차의 유무였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A씨 등 2명은 2010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4년 동안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면서 광주지역 초등학교에서 일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근무기간을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2014년 학교별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2015년 2월 말까지 근로계약을 갱신하고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계속 근무하다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원심 재판부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4년을 초과한 시점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5년 근무 후 계약만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공개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해도 반드시 공개채용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개채용 절차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진 신규 채용 절차로 평가할 수 있다”며 “기존 근로계약의 반복·갱신이 아닌 근로관계가 단절된 후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부산시에서 일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B씨는 별도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4년 후 근무 학교 재배치가 이뤄졌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갱신하는 과정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기간제법에 따라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영어회화 전문강사 무기계약직 전환을 교육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날 대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림으로써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시·도 교육청별로 고용형태가 달라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8년을 같은 학교에서 일하다 해고돼 현재 재판 중인 전북지역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한 학교에서 4년만 근무할 수 있다는 시행령 조항도 억울한데, 4년 이후 형식적으로라도 공개채용 절차만 거치면 비정규직으로 계속 쓸 수 있다는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사용자인 교육부에 편법을 정당화하는 최악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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