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조협의회가 지난 12일 조합원 1만7천2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천880명 가운데 6천264명(79.5%)이 윤 회장 3연임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지나친 성과주의 강요다. 반대하는 이유로 “단기 성과 위주로 업무 강도 강화”를 꼽은 응답자가 2천19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관련 의식 부족”이 1천918명(30.6%)으로 뒤를 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가 1천168명(18.6%), “채용비리 의혹 등 윤리 의식이 부족”이 1천159명(18.5%) 순이다.
협의회는 “윤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군림한 6년은 의혹과 잡음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며 “친인척 채용비리, 노조 선거 개입, 극단적인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라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KB금융 주요 계열사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후퇴하고 있다”며 “노사합의를 위반하고 고령 노동자를 일선 창구로 발령해 모욕감을 줘 퇴직을 강요하고, 신입직원에게 페이밴드를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해 기본급 인상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시간외수당마저 비용으로 인식해 노동자들에게 그림자 노동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페이밴드는 연봉에 따라 구간을 나눈 뒤 직급과 무관하게 같은 구간 노동자를 상대평가해 임금을 차등 인상하는 제도다.
KB금융은 최근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윤 회장을 포함한 회장 후보군 10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평가에 착수했다. 28일 10명 중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 뒤 이 가운데 회장을 선출한다.
협의회는 이 같은 방식이 윤 회장 3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017년 윤 회장 연임 당시의 요식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당시에도 윤 회장을 포함한 최종 후보군 3명을 발표했으나, 나머지 2명이 신속하게 회장직을 고사해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들러리였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당장 요식행위를 중단하고 노조 또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를 회장후보추천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KB금융의 경영 감시를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해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