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 노동조합 협의회 소속 대표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윤종규 회장 3연임 반대와 회장 추천절차 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KB금융그룹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윤종규 회장 3연임에 반대했다. 윤종규 회장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조협의회가 지난 12일 조합원 1만7천2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천880명 가운데 6천264명(79.5%)이 윤 회장 3연임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는 지나친 성과주의 강요다. 반대하는 이유로 “단기 성과 위주로 업무 강도 강화”를 꼽은 응답자가 2천19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관련 의식 부족”이 1천918명(30.6%)으로 뒤를 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가 필요”가 1천168명(18.6%), “채용비리 의혹 등 윤리 의식이 부족”이 1천159명(18.5%) 순이다.

협의회는 “윤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군림한 6년은 의혹과 잡음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며 “친인척 채용비리, 노조 선거 개입, 극단적인 노사관계로 인한 총파업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라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KB금융 주요 계열사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후퇴하고 있다”며 “노사합의를 위반하고 고령 노동자를 일선 창구로 발령해 모욕감을 줘 퇴직을 강요하고, 신입직원에게 페이밴드를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적용해 기본급 인상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시간외수당마저 비용으로 인식해 노동자들에게 그림자 노동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페이밴드는 연봉에 따라 구간을 나눈 뒤 직급과 무관하게 같은 구간 노동자를 상대평가해 임금을 차등 인상하는 제도다.

KB금융은 최근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윤 회장을 포함한 회장 후보군 10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평가에 착수했다. 28일 10명 중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 뒤 이 가운데 회장을 선출한다.

협의회는 이 같은 방식이 윤 회장 3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017년 윤 회장 연임 당시의 요식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당시에도 윤 회장을 포함한 최종 후보군 3명을 발표했으나, 나머지 2명이 신속하게 회장직을 고사해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들러리였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당장 요식행위를 중단하고 노조 또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를 회장후보추천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KB금융의 경영 감시를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해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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