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우리 사회에 숙제를 남겼다. 고용형태에 따라 감염위험도 달라진다는 건강격차 문제다. 부조리함은 해소되기는커녕 꼬리를 물고 다른 부조리를 만든다. 물류센터는 정상가동했지만 노동자들은 사과를 받지도 못했고, 생계곤란을 겪는가 하면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법률가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집단감염 피해자를 지원하며 물류산업 선두기업 쿠팡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여섯 차례에 걸쳐 쿠팡 피해자 지원 활동가들의 글을 싣는다.<편집자>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내세웠던 전략은 ‘로켓배송’이라는 선전 문구에 집약돼 있다. 당장의 이익 실현보다 우선 시장지배력 확보를 추구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로 신속성을 내세우는 것은 경영 전략이므로 뭐라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를 쥐어짬으로써 이를 실현하려는 것은 큰 문제다. 쿠팡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근 몇 년간 쿠팡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매출 신장으로 노동강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중이다. 일이 증가하면 고용을 늘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을 장악하려는 쿠팡은 일의 증가량에 맞춰 노동력을 확충하기보다 무엇보다 노동강도를 최대화한다. 그러면서 노동자 건강권은 내팽개쳐지고 사고와 산업재해가 점점 빈발하고 있다.

우선 물류센터를 보면 물량이 많아지면서 시간당 생산량(UPH) 기준이 올라가고 있다. 검수·집품·포장·분류·상차 등 모든 공정에서 개인별 UPH가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감시당하고 10분만 UPH가 멈춰 있어도 지적을 당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쉽게 가지 못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주 5일 일하기가 어려워서 계약직보다 일용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노동강도가 높아지면서 산재 사고와 질환 발생이 빈번해졌다. 2020년 5월 인천 4물류센터에서 출고 공정에서 일하던 40대 남성 계약직 노동자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사망에 이르렀다. 지게차에 치이거나 레일에 끼이거나 상하차시 화물에 깔리는 등 사고로 부상을 당하는 경우들도 많으며, 족저근막염·손목터널증후군·디스크 등의 근골격계질환은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앓고 있다고 봐도 된다.

열악한 작업환경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냉난방이 되지 않아 혹서와 혹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신선센터는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지만 냉장·냉동을 위한 온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작업용 장갑 등을 세탁하지 않은 채 돌려쓰고 물류센터 내부 청소도 거의 하지 않아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부천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처럼 감염질병에 취약하고 호흡기질환도 유발한다.

배송기사(쿠팡맨)의 노동강도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쿠팡에서는 배송기사의 기준 물량이 초기 100가구 정도였다가 1~2년 전까지는 120가구에 이르렀으나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180가구를 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노동강도가 너무 심해지자 수습인 라이트 쿠팡맨이 정식 직원인 노멀 쿠팡맨으로 전환되는 것을 오히려 꺼리는 일조차 생기고 있다. 개인별로 맡은 물량을 시간 내에 배송하기 어려워지면 동료 배송기사들이 와서 도와주게 되는데 이러한 셰어(share)를 많이 받으면 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요, 동료 기사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어떻게든 배정받은 물량을 마감시간 내에 마치려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1시간의 휴게시간도 거의 지킬 수 없다. 지난해 5월 한 캠프 관리자가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휴게시간 준수율은 최대 54.5%에서 최소 16.7%로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일상적임을 알 수 있다. 같은해 8월 쿠팡 노조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2%가 휴게시간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40%는 한 시간 미만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휴게시간 1시간은 식사시간을 포함한다. 즉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것이다. 높은 노동강도는 당연히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올해 3월 새벽 야간조 계약직 쿠팡맨이 빌라 계단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과로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정황이다.

2019년 쿠팡이 새로 론칭한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는 “30분 내 배달하는 로캣배달”이라는 점을 선전했다. 이것은 결국 배달기사들에게 무리하게 짧은 시간 내에 배달을 완료하도록 압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로 빠른 시간에 배달을 가야 하는 음식배달 직종은 교통사고 가능성이 클뿐더러 사고로 인한 부상도 생명을 위협할 만큼 중상인 비율이 높다. 따라서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해도 산재보험 특례에 따라 사업주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산재보험에 임의가입할 수 있게 돼 있다. 실제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배달대행업체나 배달대행 플랫폼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이커머스 시장 매출액 1위 쿠팡그룹에서 운영하는 쿠팡이츠는 산재보험에 가입하기는커녕 계약서상에 교통사고시 모든 책임을 배달기사가 진다는 조항을 명시해 놓았다. 거기에 무리하게 빠른 운행을 강요함으로써 쿠리어들을 매우 위험한 상황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물량이 더욱 몰렸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올해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 부문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쓰러져 사망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쯤 되면 쿠팡의 로켓은 사람 잡는 미사일을 탑재한 로켓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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