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A생명보험 홈페이지 갈무리

AIA생명보험이 2015년 퇴사한 보험설계사에게 6년 전 체결했던 보험계약을 고객이 해지했다며 당시 지급한 수수료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계약해지에 대한 수수료 환수는 부당하다며 보험업계에 해당 규정을 시정하라고 조처했다.

19일 보험설계사노조(위원장 오세중)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권아무개씨는 최근 AIA생보로부터 2014년 체결한 보험계약을 고객이 해지했다며, 해당 계약에 대해 선지급한 수수료 88만2천900원을 되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권씨는 “회사는 2014년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일부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보험설계사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당시 모든 약관을 제대로 설명했고, 이에 대해 사후 확인 절차인 ‘해피콜’을 거쳐 계약이 체결돼 불완전 판매가 아니다”고 맞섰다.

권씨의 항의에도 AIA생보는 지난 10일 환수를 요청하는 문건을 권씨에게 보냈다. 만약 환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보증보험 청구 혹은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노조는 보험설계사 과실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하는 것을 부당행위로 보고 있다. 오세중 위원장은 “통상 고객으로부터 민원을 접수하면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보험모집 경위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불완전 판매 사실을 확인한다”며 “AIA생보는 보험모집 경위서도 받지 않고 설계사 과실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수수료를 환수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쪽도 고객의 계약해지 등으로 인한 수수료 환수는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는 지난 2014년 생보·손해보험 업계 26곳의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서를 전수조사해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환수하지 않거나,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어도 환수하지 않는 조항을 두도록 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26곳 조사에 AIA생보가 포함되진 않았으나 일방적인 수수료 환수는 여전히 불공정 행위로 보고 있다”며 “해당 피해자가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하면 조사 후 시정권고·시정명령 등 적극적인 조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도 유사한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간 수수료 환수 분쟁에 대해 보험설계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위촉계약서에서 보험계약 해지의 경우 수수료 100%를 환수한다고 했으나 약관법 5조2항에 의해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수수료를 환수하는 것이라면 해당 규정은 보험설계사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한편 AIA생보쪽은 2014년 당시 고객이 보험계약의 사업비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해피콜 녹취기록이 남아 있고, 이에 대해 해당 지점에 통보도 했다며 권씨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AIA생보 관계자는 “해피콜 과정에서 설명이 미비했던 약관을 고객에게 안내해 정상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해당 고객이 당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혀 와 귀책사유가 권씨에게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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