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0. 7. 22.자 2020카합10193 결정


1. 사건의 개요

대우버스는 버스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로 본사는 경기도 부천, 생산공장은 울산에 두고 있다. 대우버스에는 금속노조가 다수노조로 설립돼 있고, 노사 간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기업의 합병이나 해산, 양도 및 공장이전, 사업장이나 차종 단위의 사업 양도, 조합원과 관련된 작업의 외주처리시에는 노사합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대우버스는 베트남 등 해외에도 여러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공장에서 생산 중인 버스는 국내의 환경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저가형 모델이라 국내에 역수입해 판매할 수는 없다. 그런데 2018년께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국내 판매 모델 버스의 부품을 베트남 공장으로 가져가 생산한 뒤 국내로 역수입을 추진한다는 의심이 있어 노조가 반발했다. 그러자 2018년 12월7일 회사 생산관리총괄 전무는 “베트남 및 미얀마에서 생산된 완성차의 역수입 및 국내 판매는 하지 않고, 국내 생산차량의 해외공장 이관과 관련해서는 단체협약의 합의의무를 준수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해 줬다.

그런데 올해 3월30일 회사 대표이사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회사 적자가 누적돼 울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나아가 같은 시기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는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차량을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해 생산하고, 이를 위해 2020년 6월까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울산공장 전체 계약직 근로자를 퇴사시키며, 2020년 12월31일자로 울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이어 회사는 생산할 물량이 없다며 휴업을 강행하기도 했다.

노조는 울산공장 생산 차량의 해외공장 이전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합의 후 실시돼야 한다며, 단체협약 절차를 위반한 공장이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2. 당사자의 주장

채권자 노조는 회사가 해외공장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것이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하므로 단체협약상 합의절차 없이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사합의 없이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베트남 등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부품을 반출하거나 △해외에서 생산한 버스를 국내로 역수입하거나 △울산공장의 수주 및 생산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행위의 금지를 구했다.

이에 대해 채무자 회사는 울산공장의 생산물량을 해외공장으로 이관하는 것이 아니므로 단체협약상 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달리 보더라도 이 사건 단체협약은 경영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이고, 적어도 그 문구는 ‘합의’가 아닌 ‘협의’의 의미로 제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며 채권자 노조의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①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공장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 : 이 사건 단체협약 12조1호는 ‘기업의 공장이전에 관해 조합과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단서에서 ‘상기 각항 이외의 사업 내용이 변경될 때에도 조합원의 신분에 관해서는 합의해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문언상 의미와 취지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 12조는 채무자가 채권자 조합원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장이전과 같은 사항을 결정할 때에는 조합과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채무자의 의무를 명시한 것이므로, ‘공장이전’의 의미가 사전적 의미의 ‘공장의 물적 설비의 장소적 이전’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으로 ‘공장이전’과 같은 상태가 초래돼 조합원의 신분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를 포괄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채무자의 행위는 실질적이고 종국적인 공장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단체협약 12조의 적용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

② 단체협약의 효력 유무 :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채무자는 채무자의 경영권 행사에 관한 사항을 채권자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이 사건 단체협약 12조를 규정했으므로,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은 ‘협의’ ‘합의’ ‘동의’ 등의 용어를 구별해 규정하면서, 이 사건 단체협약 12조에는 ‘합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합의’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나아가 채무자의 적자 누적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점 등은 인정되나, 2020년 5월께부터의 생산량 감소는 채무자의 베트남공장 이전 계획에 따른 결과로 볼 여지도 있는 점, 채무자의 전무이사는 2018년 12월7일 확약서를 통해 베트남공장 생산 차량의 국내 역수입을 하지 않고 관련해 단체협약 12조를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던 점에 비춰 볼 때, 채무자가 현재의 경영문제를 단체협약 체결 당시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단체협약 12조 이행의 강요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보전 필요성에 관한 판단 : 채무자는 이 사건 단체협약 12조를 위반해 울산공장 이전 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고, 채무자가 베트남으로의 공장이전을 완료하고 울산공장에서의 버스생산을 중단하는 경우 채권자로서는 이 사건 단체협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가처분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다만 향후 채무자가 이 사건 단체협약 12조를 성실히 이행한 정도나 경영여건의 급박한 변화 등에 따라 가처분의 효력 유지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으므로, 가처분의 효력기한을 2020년 12월31일까지로 제한한다.

4. 평가

단체협약은 임금·근로시간·휴일 등에 관해 정한 ‘규범적 부분’과, 단체교섭이나 노동조합 활동과 같이 노사 간 권리·의무를 규율하는 ‘채무적 부분’으로 구분된다. 단체교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른 사용자의 의무로 단체교섭을 이유 없이 불이행하거나 해태하면 부당노동행위로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노조법 81조1항3호 및 90조). 나아가 이렇게 체결된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도 형사상 범죄를 구성한다(노조법 92조). 그런데 채무적 부분 중 해고자 복직이나 기업의 합병·분할·공장이전 등 소위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경영권에 관한 부분도 임의 교섭 사항으로서 교섭을 진행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등).

사실 공장이전이나 법인분할 등의 경영행위는 필연적으로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되므로 노조법 1조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를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은 교섭거부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의무적 교섭 사항으로 봐야 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법원은 이를 임의 교섭 사항으로만 파악하고 있고, 심지어 단체협약으로 체결돼 있음에도 이에 따른 공장이전 금지나 법인분할 금지 등 노동조합의 권리행사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용자들도 자기들이 체결한 단체협약임에도 그 문언상 적용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거나, 노동조합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이 명백한 ‘공장이전’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장이전’과 같은 상태가 초래돼 조합원들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를 포괄하는 것이라며 단체협약상 ‘공장이전’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채무자 회사의 부당한 주장을 배척했다. 나아가 경영권을 제한하는 이 사건 단체협약도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며 이 사건 단체협약 또한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완전히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의 유효성을 명확히 인정함으로써, 단체협약을 통해 공장이전 등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사용자의 경영행위도 얼마든지 적법하게 제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이 보전의 필요성 판단에서 채무자의 단체협약 이행의 성실성이나 경영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효력기한을 2020년 12월31일까지로 제한한 점은 수긍하기 어렵다. 만약 채무자가 단체협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경영환경이 급격히 변화해 단체협약상 합의의무 이행을 강요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게 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채무자가 가처분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가처분 결정의 효력기한을 임의로 제한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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