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에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쿠팡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기훈 기자>
“6월7일 일요일 오전 11시58분 남편이 영상통화를 걸어, 저와 딸아이의 안부를 물었어요. ‘우리는 괜찮아. 당신은?’ 하고 답하니 ‘나도 괜찮아’ 하며 안심시키고 남편은 4시간 뒤 심정지로 의식불명이 됐습니다. 남편과의 마지막 대화입니다. 그 말이 유언이 아니길, 기적이 일어나길 오늘도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18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앞. 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온 가족이 확진된 전아무개씨의 발언문을 또 다른 피해자 ㄱ씨가 대신 읽어 내려갔다. ㄱ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려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5월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나온 지 87일이 지났다. 폐쇄됐던 물류센터는 지난달 문을 열고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확진 판정을 받았던 노동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런데 쿠팡은 여전히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이날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대표 권영국)와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한 8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광고 뒤에 숨지 말고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쿠팡은 ‘쿠팡 배송노동자인 쿠팡맨의 직접고용’ ‘쿠팡맨 주 5일 근무’ 등을 홍보하며 좋은 이미지를 쌓아 왔다. 지난 6월1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하던 시기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일용직 노동자 2천600여명에게 생활안정자금 10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런데 광고 밖 쿠팡의 행보는 딴판이다. 코로나19 피해 노동자의 사과·재발방지 대책에는 묵묵부답이고, 최근 코로나19가 아닌 업무상재해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계약직 노동자 두 명에게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난달 23일 해고통보를 받은 고건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대표는 “산재요양 중인 노동자를 어떻게 해고할 수 있냐”며 “코로나19 피해자를 대변해 싸우고 있어 해고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병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산업안전보건법 39조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들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쿠팡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다하지 않은 명백한 법적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은 5월24일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쿠팡에 통보했지만 쿠팡은 한 차례 소독 후 오후 근무자들을 정상 출근시켰다.

권영국 대표는 “피해자들이 사과를 요구하면 면담을 요구했으나 (쿠팡은)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사업장은 영업을 재개했으나 기존의 작업환경은 형식적인 방역에 그치고 있고 밀집된 작업환경과 혼재된 작업 방식에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쿠팡측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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