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 양대 조선소 하청노동자 산재신고 건수가 원청노동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노동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거제지부는 18일 오전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2018년과 지난해 신고된 원·하청 산재 건수를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산재신고 원청 163건, 하청 47건”

이날 지부가 공개한 통영지청 자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에서 2018년 발생한 산재신고 건수는 180건이다. 원청의 산재신고 건수가 129건으로, 하청 산재신고 건수 51건보다 2.5배 많았다. 지난해에도 210건의 산재 중 원청에서 163건이 신고됐다. 하청은 47건에 불과했다. 사고성 재해만을 비교했을 때는 원·하청 신고 건수 격차가 더 컸다. 원청의 재해신고는 하청보다 2018년엔 3배 지난해엔 4배 정도 높았다.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2018년 400건 중 원청이 280건, 하청이 120건이었고 지난해에는 516건 중 원청이 355건, 하청이 161건이었다. 지부는 “상식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인원보다 많고 노동환경도 열악하며, 위험한 현장에 내몰리기 쉽다”며 “그럼에도 하청노동자 재해 건수가 더 적다는 것은 하청업체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있는지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열 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협력업체에서는 산재를 신청하면 죄인이 되는 분위기”라며 “산재보험료 인상 탓도 있겠고 원청에 찍힐 것을 우려한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산재신고가 삼성중공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18년과 지난해 삼성중공업 원·하청 통합 산재신고 현황은 각각 180건·210건인데 비해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400건·516건이었다. 지부는 “두 조선소의 인원이나 노동환경이 비슷한데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은 상대적으로 삼성중공업이 안전해서가 아니다”며 “삼성중공업에는 노조가 없는 탓도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통계로도 산재은폐 적발 가능한데 정부 의지 안 보여”

산재은폐는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박탈로 이어졌다. 지부는 “사측은 산재보험료 인상과 노동부 감독을 피하고자 재해자에게 산재신청 대신 공상을 사실상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공상처리를 할 경우 산재신청시 보장받을 수 있는 요양기간을 보장하지 않은 채 출근시킨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심지어 공상 기간 동안 재해자가 치료비를 부담하는 일도 적지 않다”며 “노동자들 입장에선 이런 행태가 불법임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았어도 권리를 요구하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해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산재신고가 돼도 제대로 치료받기는 쉽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년 동안 삼성중공업에 신고된 원청노동자의 사고성 재해 건수는 205건인데, 산재보험 처리 건수는 102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도 사고성 재해 신고 건수가 256건인데 반해 산재보험 처리 건수는 130건에 그쳤다.

김정열 부지부장은 “질병성 사고가 아닌 사고성 사고는 신고하면 대부분 산재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절반만 산재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노동부에 산재 발생사실을 보고한 회사 중 절반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통계로도 산재은폐를 적발할 수 있고 행정정조치를 통해 충분한 예방이 가능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0년부터 2020년 7월까지 10년간 삼성중공업은 672억원, 대우조선해양은 약 513억원의 산재보험료 감면혜택을 받았다. 김정열 부지부장은 “단순히 통계만 보고 산재가 적으니까 산재보험료를 감면해 주는 것이 몇십 년째 반복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 3년이 넘어 가는데 이런 것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정부 정책은 ‘눈가리고 아웅’밖에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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