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LG전자 자회사 유지·관리 전문업체인 하이엠솔루텍이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LG케어솔루션의 매니저들에게 노조설립에 주된 역할을 한 네이버밴드 활동을 하지 말라며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특히 ‘밴드장’으로 활동한 매니저들에게는 계약해지를 하거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에 따르면 네이버밴드 ‘LG케어솔루션 매니저 모임’ 최초 운영진 4명중 3명은 계약해지를, 나머지 1명은 일하는 사무소가 바뀐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LG전자 직수형 정수기 곰팡이 논란 당시 매니저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밴드 가입 인원이 늘어났고 지회는 지난 5월 설립됐다.

“왜 밴드장을 맡아서 시끄럽게 만드냐”

계약이 해지된 김진희(40) 지회 수석부지회장과 문준호(37) 사무장도 당시 밴드장으로 활동했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이사를 가게 된 김진희 수석부지회장은 지난 2월 근무 중이던 ㅅ사무소 소장에게 강원도 ㅊ사무소로 소속을 옮겨 근무가 가능한지 물었다. 그러자 ㅅ사무소장은 “왜 밴드장을 맡아서 시끄럽게 만드냐” “본사에서 너 때문에 전화가 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소 이전이 어렵게 되자 김 수석부지회장은 ㅅ사무소에서라도 일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회사는 “계약서상 계약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지난 4월23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지난해 12월 자진퇴사 명목으로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문준호 사무장에게는 형사고소까지 더해졌다. 회사는 고객의 집에 방문하지 않고 수수료를 편취했다는 등 이유로 4월16일 사기미수·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문씨는 허위방문이 아니라 관례상 통용돼 온 일이라는 입장이다. 매니저는 점검 및 서비스 처리율을 매월 일정 정도 채워야 하는데 채우지 못할 경우 수수료가 깎이는 구조다. 개별 매니저뿐만 아니라 사무소 평가에도 영향을 미쳐 월말에 고객 사정으로 급하게 취소된 예약 건은 전산상 취소 처리를 하지 않고 다음달 초에 방문하는 식으로 처리해 오곤 했다는 게 지회 설명이다. 해당 사건은 경찰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지난달 22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관례상 허용되던 일 밴드활동 운영진에게만 예외 적용

지회는 통상적으로 했던 일들이 김진희 수석부지회장과 문준호 사무장에게만 예외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노조설립에 주축이 된 밴드 활동을 이끈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사로 인한 사무소 이전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2017년부터 매니저로 일한 ㄱ(53)씨는 이사로 사무소를 이전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ㄱ씨는 “다시 면접을 봐서 입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며 “입사일은 최초 일을 시작한 사무소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사무장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약서상 명시된 허위 방문처리시 계약해지 조항은 방문을 늦춘 경우가 아니라 방문을 하지 않았을 때라는 것이다. 문 사무장은 “저와 같은 경우로 계약해지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엠솔루텍은 지난 11일 교섭요구 노조를 확정공고했다. 지난달 2일 한국노총 소속 하이엠솔루텍노조가 설립돼 복수노조 사업장이 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매니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