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지정한 근무 장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했고, 사장님이 오는 날엔 20분 일찍 와서 대기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월차를 썼고요. 다른 정규직 개발자들과 똑같이, 회사가 지시한 대로 일했는데 근로감독관은 계약서만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해요.”

IT 개발자인 ㄱ씨는 A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했다. 어느 날 회사는 ㄱ씨에게 더이상 나오지 마라고 통보했다. 임금도 모두 받지 못해 지방고용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넣었지만, “근로자가 아니라 근로감독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ㄱ씨는 “근로감독관이 계약서만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억울해 했다.

18일 직장갑질119가 “위장 프리랜서가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노동청은 근로자 여부를 계약서만 보고 판정한다”고 비판하며 위장 프리랜서 관련 제보를 공개했다.

미용사인 ㄴ씨는 잦은 임금 지연지급에 매장을 그만뒀지만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찾아간 ㄴ씨는 “프리랜서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인지 사업주인지 판단해야 할 노동부가 ‘묻지 마 판단’을 하고 있다”며 “법원과 노동부는 근로관계를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지만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하고 근로자성 판단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고 비판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시대에 맞게 바꾸고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AB5법의 ABC 요건과 같은 현실에 부합하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은 노동부가 판단 지침만 새롭게 만들어도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AB5법은 지난 1월1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됐다. 사용자 통제와 지시에서 자유로울 것(A)을 포함해 하는 일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을 것(B), 사용자와 동종의 분야에서 본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별개의 영업·직업 또는 사업을 영위할 것(C)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독립계약자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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