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우리 사회에 숙제를 남겼다. 고용형태에 따라 감염위험도 달라진다는 건강격차 문제다. 부조리함은 해소되기는커녕 꼬리를 물고 다른 부조리를 만든다. 물류센터는 정상가동했지만 노동자들은 사과를 받지도 못했고, 생계곤란을 겪는가 하면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법률가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집단감염 피해자를 지원하며 물류산업 선두기업 쿠팡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여섯 차례에 걸쳐 쿠팡 피해자 지원 활동가들의 글을 싣는다.<편집자>

▲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

쿠팡은 2010년 7월 직원 7명의 작은 회사로 창립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여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1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고용한 쿠팡그룹으로 성장했다. 쿠팡의 경영 전략은 전형적으로 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즉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분석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쿠팡의 매출액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영업이익을 보지 못하고 적자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보면, 매출액은 2016년 1조9천195억원에서 지난해 7조1천407억원으로 4년 만에 3.7배 늘었다. 그러나 매출액과 함께 적자도 늘어나 2018년에는 4조4천147억원의 매출액에 1조1천74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2019년에는 손실이 7천487억원으로 크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계획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쿠팡은 전자상거래 업체 중에서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쿠팡의 성장은 말 그대로 쿠팡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빨아먹고 자라 온 것이다.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선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배송기사인 쿠팡맨 중에서도 정규직은 소수이며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대하는 이는 배송기사지만, 그 뒷면의 물류센터와 지역 캠프에서 입·출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다수가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이다. 배송하는 플렉서와 음식배달을 하는 쿠팡이츠 노동자들은 플랫폼을 통한 특수고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고용형태만 문제가 아니다. 쿠팡 배송과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정규직·무기계약직 비율이 낮은 것은 계약직으로 2년 일한 후에야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한데, 전환 과정에서 탈락자도 있지만 실제로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노동강도가 극심해 2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극심한 노동강도에서 쿠팡 노동자들은 산재 사고와 질환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쿠팡은 쿠팡풀필먼트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물류센터를 관리하고 있다. 전국에 20여개 물류센터를 두고 있고 올해만 해도 3곳 이상을 개소하는 등 최근 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쿠팡풀필먼트의 정규직은 극소수이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용직(단기)·계약직·무기계약직으로 나뉜다. 보통 알바로 불리는 일용직은 앱이나 문자로 신청하고 출근 가능하다는 답이 오면 그날 나가서 일을 한다. 계약직은 재계약을 반복해서 2년 동안 일하면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하다. 숙달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근래 일용직보다 계약직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물량이 변동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용직 비중이 있어야 한다.

물류센터에서 나온 화물은 전국에 산재된 지역 캠프로 이송돼 다시 구역별로 재분류되고 배송기사들에게 전달돼 배송이 시작된다. 배송기사들은 정규직·계약직·수습·일용직으로 나뉜다. 처음 입사하면 3개월 동안 라이트 쿠팡맨이라는 일종의 수습기간을 둬 노멀(정규직과 계약직) 쿠팡맨의 약 75% 물량을 받는다. 계약직은 1년씩 2번 계약해서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탈락하는 비율이 10% 정도이고 90%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체 배송기사 중에서 정규직 비율은 20~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 쿠팡차로 배송을 하지만 하루 알바 방식으로 일당을 받는 일용직인 프리 쿠팡맨이 있다. 그리고 쿠팡에서 고용을 하는 쿠팡맨과 별도로 쿠팡 플렉서라는 프리랜서를 배송에 이용하고 있다. 쿠팡 플랙서는 앱으로 신청해 답을 받고 자기차량으로 배송을 한다. 특수고용직의 일종으로 건당 보수를 받으며 건당 보수가 매일 공지된다.

또 쿠팡은 지난해부터 쿠팡이츠라는 음식배달 서비스 부문을 시작했다. 쿠팡이츠에서 음식배달을 하는 기사들을 쿠리어라고 부른다. 쿠팡은 이들을 고용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용하고 있다. 즉 특수고용직으로서 건당 보수를 받고 4대 보험 가입도 되지 않는다. 주문지 권역에 있는 배달기사들에게 동시에 알림을 띄워 먼저 콜을 잡는 사람이 배달을 하는 방식인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과는 달리, 쿠팡이츠에서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가장 적합한 곳에 있는 배달기사 1명에게 일대일로 매칭한다. 콜을 수락하기 전에는 배달을 가야 할 음식점과 음식주문자의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일단 수락을 한 후에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거부를 하면 평점이 나빠져 점점 콜을 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쿠리어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강제배차’라고 부른다. 원하는 콜을 잡는 게 아니라 배달을 가야 할 장소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부할 수 없이 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쿠팡 플렉스와 비슷하게 매일매일 지역이나 날씨에 따라 수수료가 변동하고 이를 공지하는 방식이다.

결국 쿠팡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쿠팡의 홍보와 달리 계약직·일용직·특수고용(프리랜서) 등 다양한 방식의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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