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노회찬재단에서는 또 하나의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른바 ‘6411사회연대포럼’이다. 2주기 추모주간 중이어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6411포럼은 지난달 21일 공식적으로 창립식을 가졌다. 재단에서 실행하고 있는 6411 프로젝트가 ‘투명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작업이라면, 6411포럼은 사회연대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위한 사업이다.

포럼을 결성하기 위한 준비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세 차례의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1차 토론회는 코로나 19와 사회연대전략을 주제로, 2차 토론회는 노동조합의 사회연대사례로 진행했다. 창립토론회의 주제는 한국 사회 전망 수립과 사회연대 전략이었다.

6411포럼의 지향은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의 실현을 꿈꾸는 노회찬재단의 전망과 맞닿아 있다.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이루는 방법은 사회연대 실현에 있다. 한국 사회의 평등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까닭은 계급 간 연대와 계급 내 연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핵심은 계급 내 연대다. 핵심이라고 한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노동운동, 좀 더 구체적으로는 노동조합 활동을 살펴보면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 사업 등 계급 간 연대에 대해서는 편하고 쉽게 접근하지만, 정작 계급 내 연대에 대해서는 소홀하거나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내부의 사정을 핑계로 외면하고, 잉여의 사회 지원을 통해 자기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연대에 대한 명확하고 합의된 이해를 바탕으로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또 하나는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이루기 위한 계급 주체의 형성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은 노동계급이 만든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대임금 정책 등 계급 내 연대가 가능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계급 간 연대가 실현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운동은 계급 내 연대를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급 간 연대의 주체로 설 수도 없다. 노동 내부의 격심한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는 한, 전 사회적인 연대의 실현에 앞장서는 주체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창립토론회에서 계급 내 연대의 실현을 위한 실천과제들이 제시됐다. 간단하게만 언급하자면 산업별 단체협약의 적용 범위의 확대, 현실과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법상 근로자 개념의 확대, 동일가치 동일임금의 연대임금제도, 초기업 수준의 취업 보장, 성차별 해소를 위한 실천 등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당장 요구하고 실현해야 할 사회연대 전략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의 실현을 제시했다.

그간 노동조합운동에서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던 과제를 살펴보면 계급 간 연대는 지역과 직장의 건강보험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나름대로 일정한 성과가 있었으나, 정작 계급 내 연대에 있어서는 굵직한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개별 사업장이나 단위 노조의 실천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희망씨, 부산지하철노조 등의 사례에서 집행부의 의식적 노력이 조합원의 실천으로 이어짐을 발견했다. 계급 간 연대가 쉽지는 않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간 노동운동의 흐름과 전망을 주도하는 세력들 사이에는 노동운동 내부에서 구별하기 쉽고 이해하기 편하도록 이념의 딱지를 앞세우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분별과 선명성에는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스스로 드러내려 노력하지 않아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회 내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의미 있고 다양한 실천 사례들에 주목하고 이를 큰 흐름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는 그만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6411포럼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전략 수립이 목표이지만, 이론적 전망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회연대의 실천 사업을 발굴하고자 한다. 특정 조직의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정파적 활동은 전혀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건 재단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리고 그간 포럼의 형식을 띤 여러 조직이 존재했지만 선거시기에 이르면 선거조직으로 전환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문제의식을 확장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포럼의 운영위원들은 정파적인 사고와는 크게 인연을 두지 않고 각자의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했다. 작지만 함께할 수 있는 많은 일이 기획되고 실현되기를 바란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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