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중대재해, 즉 1명 이상 사망, 2명 이상의 3개월 요양이 필요한 중상자, 10명 이상의 경상자가 발생한 재해의 피해자가 아닌 경우에는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처벌됨에도(산업안전보건법 168조), 중대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범죄 수사는커녕 재해조사도 생략되는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산재 피해자나 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원한다. 도대체 왜 일터에서 참혹한 사고의 피해자가 됐는지, 그 원인을 알고자 하는 마음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진상규명이 있고 나서야 진심 어린 사과나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수립, 민사상 배상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보상을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사망사고가 아닌 경우라면, 예를 들어 1명이 3개월 이상의 중상을 입으면 범죄 수사나 재해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재 피해자인 가족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공권력의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일방적이고 불성실한 설명만 듣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경우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노동청에 철저한 재해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신고자는 산재 피해자 본인 또는 가족이나 노조가 할 수 있다. 피해자 성명, 사고 일시, 장소 등을 본인이 아는 대로만 간략하게 정리해서 신고하면 된다. 서면으로 고소장·고발장·진정서를 내거나,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서 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전화로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반드시 녹음할 필요가 있다.

신고자의 신분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말라고 노동청에 요구할 수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신고도 공익신고로 보고 있고, 공익신고의 경우 담당 공무원이 인적사항을 보호해야 한다고 정하며 신분을 공개할 경우 처벌까지 받는다고 정하기 때문이다(12조). 또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 30조3항에서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준수하라고 주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청에 신고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되는데, 수시로 전화해서 진행 상황을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청’이라는 이름 때문에 ‘노동자’를 위해서 일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 곤란하다.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사건 현장에 직접 나가서 조사해 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있다.

조사가 종료되면, 노동청은 시정조치부터 범죄 수사까지 다양한 조치를 한다. 이때 신고자는 노동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를 회신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조치 결과나 출장복명서, 그 밖에 관련 문서 일체를 회신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근로감독관 집무규정 40조 각 항 참조). 이렇게 노동청의 문서를 확보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나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를 검토하거나,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혹은 민사소송 증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재 피해자나 가족에게 권리가 있음을 아는 것이다. 위에 기재한 사항은 국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다. 중대재해가 아닌 경우에는 심각한 화학물질 누출이나 폭발사고 같은 경우가 아닌 한 재해조사나 범죄수사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당사자나 노동조합이 스스로 노동청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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