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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채용비리 천태만상] 면접 끝났는데 점수 고쳐 합격자 조작억울한 피해에도 관련자 처벌 기대 이하 … 징계감경 안 되는데 재심의 거쳐 낮춘 사례도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1.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7월 신입직원·경력직원을 채용하기로 하고 공고를 냈다. 수질 분야와 대기 분야 환경측정분석사 자격증 소지자를 각각 9명과 1명 뽑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채용공고에는 지원 분야를 구분하지 않았다. 환경공단은 뒤늦게 8월 채용면접을 앞두고서야 이 같은 상황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면접을 마치고 보니 최종합격 대상 10명에 수질 분야 8명과 대기 분야 2명이 올라왔다. 당초 계획과 다른 결과를 받아 든 환경공단은 채점이 끝난 심사표 점수를 다시 고쳤다. 이 때문에 대기 분야 자격증을 소지한 전아무개씨는 최초점수 80점으로 10순위에 포함돼 합격권이었으나 6점이 깎여 11위로 밀려났다. 대신 최초점수 70점으로 12순위였던 수질 분야 자격증 소지자 한아무개씨는 수정 후 90점을 받아 10순위로 채용됐다. 이 같은 사실은 환경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담당자들은 문책과 경고를 받았다.

#2.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도 합격자가 뒤바뀐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하반기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공단 관계자가 면접시험 뒤 평정표를 고쳐 최종합격자가 뒤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합격자는 이미 4개월간 근무를 마치고 퇴사했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은 부당하게 채용기회를 잃은 피해자 구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법무보호복지공단 관계자는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석사’ 뽑는다면서 ‘수료자’에 합격통지
가점 적용 제멋대로 해 탈락자 뒤바뀌어


공공기관 채용비리나 부적정한 채용관리가 심각한 수준이다. <매일노동뉴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올라온 ‘2019년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 처분 요구서’를 분석한 결과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부설기관 363곳 가운데 200곳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공단과 법무보호복지공단처럼 합격자가 뒤바뀐 사례도 있다. 면접을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실무면접과 기관장면접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채용시험과 실무면접에서 선순위를 받은 지원자가 기관장면접에서 후순위를 받아 최종탈락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연구원 2명을 채용하면서 응시자격을 석사학위 이상 취득(예정)자로 정하고도 석사수료자를 탈락시키지 않고 채용하기도 했다.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운용하면서 서류전형 응시자에게만 가점을 주고 면접전형 응시자에게는 가점을 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1·3순위자를 탈락시킨 일도 있다.

짬짜미 채용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도 있었다. 한전KPS 한 사업소는 지난해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채용 전형을 엉망으로 관리하고 지난해 상반기 해당 사업소에서 예방정비 단기노동자로 근무한 2명을 최종 면접대상에 올렸다. 한전KPS 채용관리지침에 따르면 서류전형 평가위원을 외부위원을 과반수 포함한 3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업소는 평가위원을 아예 구성하지 않고 내부직원 1명이 서류전형 지원자 6명을 평가했다. 유사한 교육실적에 대한 평점을 달리 매기는 등 일관성 없는 평가를 했다 적발됐다.

권익위 공공기관 1천212곳 조사
채용비리 1천961건인데 징계는 74건 불과


이들에 대한 처벌은 채용비리나 부적정 채용관리로 인해 당락이 바뀐 피해자의 고통과 비교해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은 평정표를 고친 해당 4급 홍아무개씨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리고 연루된 김아무개·정아무개씨는 경고조치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해당자들에게 견책·서면경고를 내리는 데 그쳤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공기관 1천212곳의 채용비리 적발은 1천961건이나 됐으나 이 가운데 규정적용 단순 오류 같은 업무부주의 1천887건을 제외한 실제 징계요구는 중징계 18건, 경징계 56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사안이 심각한 9건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심지어 채용비리 연루자 징계감경도 있었다. 환경공단은 당초 채용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담당자를 문책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심의를 거쳐 신분상 경고로 처분이 경감됐다.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최근 채용비리 연루자에 대한 징계감경을 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권익위가 만든 공공기관의 공통징계양정기준을 반영해 지난 1월 인사운영기준을 개정했다. 음주운전·성폭력범죄·성매매·성희롱 등과 함께 채용비위 징계는 감경할 수 없도록 했다.

취준생·공공기관 종사자 34.2%
“공정성 강화 위해 처벌 수준 높여야”


처벌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권익위가 지난 4월28일~5월8일 취업준비생과 공공기관 종사자 1천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공정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4.2%(404명)는 향후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으로 채용비리 처벌 강화를 꼽았다. 채용관련 제도개선 18.5%(219명), 채용비리 적발 노력 12.9%(153명) 순이다.

정치권도 채용비리를 처벌할 법 개정을 논의해 왔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심상정·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심상정 의원안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내고 채용과 관련해 구직자·제삼자의 부당한 청탁이나 금전적 이익 제공이 있을 때 채용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이정미 전 의원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등록의무자의 등록 대상에 배우자·직계존·비속의 직업 변동 사항을 포함해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민병두 전 의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개정해 채용비리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처벌조항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세 법안 모두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자동폐기됐다.

최근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채용비리 처벌을 위한 특례법 제정을 위해 입법활동을 하고 있다. 요구와 구두약속을 비롯해 채용비리 미수범도 처벌하는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고, 채용비리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이다.

이재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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