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배노조가 지난달 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집배업무강도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 <집배노조>
우정사업본부가 이달 14일 우체국 위탁배달원의 ‘택배 없는 날’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일 정상근무를 수행하는 집배원들의 업무 부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집중국과 총괄국에 물건을 적재할 만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13일 접수가 진행될 경우 업무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6일 집배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일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알리며 “13~14일 이틀 동안 신선식품(냉장·냉동 등)과 개별 방문소포 접수를 중지하고, 택배 다량발송 업체에 협조공문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물량이 집배원들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자구책이지만 현장 반응은 좋지 않다. 신선식품과 방문소포를 합쳐도 전체 물량의 20%가 채 되지 않고, 대부분 물량을 차지하는 온라인 쇼핑몰 같은 다량발송 기업에 단순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는 접수가 줄지 않으리라는 우려다.

허소연 노조 교육선전국장은 “13일 접수가 이뤄지면 광역물류센터(IMC)나 집중국에 물건이 몰린다”며 “집배원이나 위탁배달원이 있는 우체국으로 물건을 옮겨야 집중국 공간이 생기는데 우정사업본부는 집중국에 물량을 쌓아 놓겠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화주가 택배를 접수하면 IMC나 집중국으로 모이고, 여기서 간선차가 지역별 분류를 마친 물건을 총괄국으로 옮긴다. 총괄국에서 집배원과 위탁배달원이 택배를 상·하차해 배송한다.

오현암 노조 집배국장은 “우정사업본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려도 총괄국이 예산절감 차원에서 위탁배달원들의 물량을 집배원에게 처리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탁배달원은 건당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집배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직접고용한 인력으로 배달물량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지 않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30일 “집배원은 평상시 소포 배달물량을 처리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지침을 우체국에 내려보냈다. 과로사로 잇달아 문제가 됐던 집배원의 업무량을 늘리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난 5일 경기도 A우체국에서 지침과 정반대되는 업무지시가 이뤄졌다. A우체국 관리자가 집배팀장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집배원이 13일 접수된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후 노동자의 항의가 이어지자 해당 관리자는 “우정사업본부의 지침을 보지 못했다”며 결정을 철회했다. 집배원 ㄱ씨는 “며칠 전에 내려온 공문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집배노조는 13일 택배 접수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물량 접수를 제한하려고 한다”며 “기업체에서 받는 계약택배가 많지 않고 현장접수가 많아 접수를 제한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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