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민주노총
국가가 운영하는 일부 박물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관에 들어가면서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에만 휴업 지시를 내려 논란이다. 휴업한 노동자는 평균임금의 70%를 받는다.

5일 공공연대노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확산 예방을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휴관하면서 보안·미화를 비롯한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들에게 순환휴업을 지시했다. 보안업무 노동자 18명 중 하루 6~8명, 미화업무 노동자 12명 중 하루 4~6명만 교대로 일하고 나머지 인원은 휴업하라는 내용이다. 반면 공무원들은 출근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했다. 휴업에 들어간 직종의 무기계약직들의 임금은 평소보다 30% 정도 삭감됐다. 노조 대한민국역사박물관분회 관계자는 “사측은 휴업을 지시할 때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달 중순 재개관했다.

“무기계약직 됐지만 여전히 용역업체 노동자 같아”

분회 관계자는 “인건비 예산이 편성돼 있어 급여를 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굳이 휴업을 하라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보안·미화 업무 노동자들은 2018년 용역업체 소속에서 기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이지만 공무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일부 무기계약직들도 박물관이 코로나19 발생으로 휴관하자 원치 않는 휴업을 해야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또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휴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외국인에게 안내 업무를 하는 A씨도 휴관 뒤 담당 공무원에게 “코로나19로 외국인이 없어서 업무가 없는데 무슨 일을 하겠나. 쉬어라”는 말을 듣고 휴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휴관이 길어지자 다시 출근 여부를 물어 출근했지만 2주 이상을 버틸 수 없었다. 담당 공무원은 A씨의 근무계획서를 보고 “지금 할 일이 아니다. 할 일이 없다”며 사실상 휴업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일부 무기계약직들은 프로그램 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출근했는데 우리 같은 경우 대면업무만 한다는 이유로 휴업을 해야 했다”며 “하지만 전화업무를 비롯해 할 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모두 업무를 이어 갔는데 무기계약직만 휴업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 “법에 따른 것”… 노조 “대안 마련해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에 있는 내용과 고용노동부에서 내려 준 지침에 따라서 휴업수당을 지급했다”며 “휴업을 결정할 때도 휴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했고 휴업을 많이 꺼리면 대체업무를 찾는 노력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움직이는 기관인 만큼 근거 없이 임금을 지급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범 노조 조직실장은 “무기계약직들은 급여를 다 받아도 저임금인 상황인 만큼 휴업에 들어가 평소 급여의 70%를 받다 보면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며 “실제 휴업을 하면 업무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 대체업무를 찾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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