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1 목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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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공청회]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 본격화할까“산재 사각지대 해소·독립성 강화 필요” vs “독립청 만들면 고립될 우려”
▲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전문가들은 안전보건청 설립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재 기자>

국회가 산업재해 업무를 도맡을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에 물꼬를 텄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전보건청 설립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고용노동부 내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안전보건청으로 독립시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냈다. 이날 공청회는 안전보건청의 필요성과 향후 논의 과제 등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다.

“산재 특수성 고려 않은 순환보직
업무 모르는 상급자 탓에 효율적 행정 불가능”


발제를 맡은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이를 축적할 수 있는 안전보건청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노동부 관련 정책국은 채용 단계에서 산업안전보건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공채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한다”며 “이후에도 순환보직을 실시해 산업안전보건업무 전문성을 쌓거나 축적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도입한 근로감독관 제도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근로감독관을 둬도 행정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업무에 전문성이 없어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못한다”며 “전문성을 갖고 사고예방에 나서야 할 근로감독관이 사고가 터진 뒤 사후약방문식으로 활동만 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구조로는 전문적인 산업안전보건행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산업보건법제를 갖춰도 행정기관이 이를 제대로 운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법제가 오히려 후퇴할 수도 있고,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도 한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산업안전보건업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안전보건청을 설치해 산업안전보건업무의 특수성·독립성·능동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어업 재해 사망자 한 해 500명 규모
산재보험 적용 안 받아 예방 불가능한 구조


현행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이 농·어업 재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도 안전보건청 설치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농·어업은 각각 농업인안전보험과 어선원재해보상보험 등 독자적인 보험체계를 갖고 있다. 두 보험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약 500여명이 농·어업 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산재보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업무의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산재보험을 기반으로 한 예방이나 사업장 실사, 교육 등에서도 배제됐다.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는 안전보건청을 설치해 이 같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제품과 교통·환경·화재·방역 등 모든 분야의 안전보건 종합관리를 노동부 내 하나의 국이 감당하기 하기 어렵다”며 “산업안전보건관련 법률과 지침이 각 조직으로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포괄적인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안전보건청 위상 문제다.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 적용과 근로시간에 따른 과로사, 감염병 대응을 위한 상병수당 등 산업안전보건업무와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정책적 업무를 독립 후 노동부와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노동부에서 독립한 안전보건청이 조직과 인력만 줄고 노동부의 외주업무만 수행하는 수동적인 조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안전보건청 만들어도 장관이 정책 판단
“안전보건공단 기능 강화가 해답” 주장도


강 변호사는 “안전보건청을 설치하면 독자적인 행정명령을 행사할 수 없고, 중요한 정책 판단에 노동부 장관이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같은 정부조직법상 위상을 따져볼 때 과연 안전보건청을 설치하는 게 현재의 노동부 내 조직을 강화하는 것보다 유익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공단과의 관계도 문제다. 공단은 산재예방과 중대재해 조사업무를 노동부와 함께 수행한다. 전국 27개 지역조직을 설치하고 연구원과 교육원·인증원 등 산재예방 인프라를 갖췄다. 산재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안전보건청 설치시 역할 분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보건공단노조는 아예 보건청 설치보다 공단 역량 강화가 더 나은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공청회가 열린 4일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노동부가 수행하는 산업안전보건 사무를 신설하는 안전보건청에 이관하는 내용만 담겨 있어 안전보건청 설치에 대한 효과성에 의문과 우려가 제기된다”며 “노동부 산하기관으로 산재예방 업무를 수행하는 기존 조직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  jae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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