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흥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노사정위와 경사노위의 차별적 실체, 계층별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계층별위원회인 여성위원회·청년위원회·비정규직위원회가 4일 공동 출범한다. 계층별위원회 출범은 경사노위의 정체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계층별위원회는 2년 전 경사노위가 노사 정상조직에게만 대표성을 부여하고 있는 기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시스템을 개선해 취약계층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신설한 위원회다. 구체적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시행령에 본위원회 위원으로 여성·청년·비정규직·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 대표들의 참여를 제도화했으며 취약계층이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정부에 건의할 수 있도록 계층별위원회를 명시했다. 그러나 순탄할 것 같았던 계층별위원회 출범은 2019년 탄력근로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으로 본위원회의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별대표가 경사노위에서 해촉되면서 무기한 연기돼 왔다. 다행히 최근 코로나19 등 위기상황에서 여성·청년·비정규직을 위한 정책과제가 시급해지고 이에 발맞춰 계층별위원들이 새롭게 위촉되면서 공식 출범에 이르게 됐다.

노동관련 계층별위원회 출범의 의미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별위원회의 출범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사회적 대화의 참여주체가 조직된 노사 당사자에서 여성·청년·비정규직 등으로 확대된 것이며 이는 취약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정부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둘째, 경사노위의 여성·청년·비정규직위원회는 상설기구로 향후 취약한 노동자들의 정책개발 및 조직화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각 위원회에는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관련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어 공통의 이해에 대한 토론 및 정책과제들을 발굴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에 대한 조직화도 확대될 수 있다.

실제 각 계층별위원회는 다양한 정책들을 의제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위원회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방안과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방안을 의제로 다룰 예정이며 청년위원회는 청년일자리 문제와 청년 부채 해소방안 등 실질적인 어려움을 논의한다. 비정규직위원회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방안과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을 다룰 예정이다. 계층별위원회의 의제들은 독립적인 의제별위원회로 발전시키거나 본위원회에 정책과제로 제안될 것이다.

계층별위원회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

어렵게 출발한 계층별위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의 과제가 있다. 첫째, 여성·청년·비정규직위원회는 공통된 의제들을 발굴하고 상충된 의제들을 통합해 결과적으로 사회 불평등과 차별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계층별위원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하며 경사노위는 위원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계층별위원회에서 제안된 내용들이 정부 정책에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 각 계층별위원회에서 논의된 제안들이 성의 있게 다뤄지지 않거나 정부정책으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계층별위원회의 실효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계층별위원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다. 여성·청년·비정규직을 대변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단체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할 때 계층별위원회가 더 많은 역할과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출발한 계층별위원회의 성공과 사회적 대화 확장은 이제 취약노동자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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