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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앞에 놓인 세 가지 시나리오
▲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온라인 대의원대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민주노총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합의안 폐기를 요구하는 대의원 서명을 조직한 이들은 “대의원대회 안건을 부결시키는 것은 단순한 안건의 부결이 아니라 말뿐인 ‘협력과 연대’, 사실상의 경제위기 책임전가를 부결시키는 것이며, 근로시간단축·휴업 등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구조조정을 부결시키는 것이며, 또한 위수사만의 민주노총, 독단적인 조직운영을 부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고 규정했다.

이들의 염원대로 합의안 폐기와 지도부 사퇴가 이뤄졌으니 “경제위기 책임전가”는 막아질 것이고,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민주노총의 독단적인 조직운영”은 사라질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때다. 물론 합의안 폐기를 주도한 이들도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할 것인 바, 그렇다면 물음은 또 이어진다. 저절로 그렇게 되지 않으면 무슨 수로 그렇게 되도록 할 수 있는가.

시나리오 1은 ‘투쟁’이다. 부결을 주도한 이들 중 누구도 총파업을 내세우지 않고 대신 투쟁을 내세우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과거 준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외쳤던 총파업은 이제 수위를 대폭 낮춰 애매모호한 ‘투쟁’으로 대체됐다. 그런데 문제는 총파업이든 투쟁이든 주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주체는 중앙사무처나 지역본부가 아니라 가맹조직이다. 즉, 가맹조직들이 주체로 나서야 투쟁이 가능하다. 최대 가맹조직을 포함한 산별노조·연맹 다수가 부결을 주장하면서 투쟁을 부각시켰으니, 이제 민주노총은 대정부·대자본 투쟁으로 “자랑스럽고 힘차게” 나아갈 것인가.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울산 남구에 있는 문수컨벤션 다이너스티룸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사를 비롯해 민주노총 울산본부·금속노조 울산지부·울산시·울산상공회의소·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 등이 실무회의를 거쳐 만든 ‘울산자동차산업 노사정 미래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또 다른 보도를 보면,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전국 유일이자 최초로 자동차 산업을 위해 노사정 대표자가 모여 진행하는 이 포럼은 노동과 산업에 대한 상호 이해를 넓히고 대안을 만드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철호 시장은 “이 포럼이 연대와 상생을 통해 지역경제 위기 극복과 각종 현안 해결에 시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 노사정이 함께 하는 ‘연대와 상생’의 시작을 선포한 이날 행사를 두고 볼 때, 올 하반기 민주노총 산하 단위노조 중에서 가장 큰 동원력을 가졌다는 현대차지부가 민주노총 투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달 8일 공공운수노조도 의료·대중교통·사회보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연구와 제도개선 사업을 하는 사회공공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한다. 정책을 연구해 제도개선 방안을 만들고 나면, 노조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남는다. 투쟁을 통해 정부를 압박해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키느냐, 아니면 제도에 참여해 관철시키느냐. 사회공공성위원회가 5대 의제인 △사회보장 확충·의료공공성 강화 △사회서비스 확대 △기후위기 대응 △공공서비스 재공영화 △공공안전·생명안전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전술은 앞으로 투쟁만이 남은 것일까. 필자가 예측하기에는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려 할 것이나, 그 무게 중심은 대화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민주노총 최대 가맹조직들의 사정을 고려할 때 ‘투쟁 시나리오’는 말하기는 쉬우나 실천하기는 어렵다. 만약 민주노총 주력 가맹조직들이 코로나19 위기를 투쟁으로 돌파할 실력이 있었다면, 김명환 집행부가 몇달 남지 않은 임기를 걸고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이대로’ 시나리오다. 투쟁도 아닌 것이 대화도 아닌 것이 각종 현안에서 한 발 뺀 채 어정쩡하게 넘어가는 것이다. 대화의 장에 나가기 위해 실무적으로 부지런하게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없고 각종 쟁점을 둘러싸고 조직적으로 편차가 큰 이견을 토론하고 조율할 필요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그만 ‘노사정위 최종안’을 포기하고 민주노총 요구에 답해야 한다”는 제목의 민주노총 성명을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에 뛰어들 용기는 없다. 그렇다고 그냥 침묵하자니 계면쩍은 티가 역력하다.

민주노총이 국민경제를 마비시키는 총파업을 감행하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가 노사정 합의 최종안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민주노총 요구에 답하기를 원했다면 노사정 합의안을 디딤돌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뛰어들어야 했다. 정부를 굴복시킬 총파업을 감행할 역량은 지금 실력으론 기대난망이다.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투쟁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균형을 이룰 때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청산주의적 태도는 위험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노동운동 주체의 과감한 경기 참여 없이는 저절로 균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에 참여한다고 공짜로 승리가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승리와 패배는 실력이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운동장 밖만 빙빙 맴돌면 운동장은 점점 더 기울어질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노사정 대화 참여’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옳고 바람직하나, 옳은 게 꼭 다수에 의해 선택돼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기 성찰과 자기 개혁 능력이 부족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역사에서 비극과 희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다.

독자들은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을 예상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필자는 두 번째 ‘이대로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판단한다. 빼도 박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정파들이 주도하는 비대위가 연말로 예정된 ‘직선제’ 준비로 귀한 세월을 허송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전 조직적 대응은 오간 데 없고, 권력과 자원을 둘러싼 정파들의 경쟁과 이합집산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는 필자의 전망이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말이 있지만.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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