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코로나19 시기에 공무원 처우는 열악해지고 있다. 임금은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난 4월30일 2차 추경안을 통해 공공부문 고통분담 차원에서 모든 부처와 헌법기관의 연가보상비를 감액했다. 5월 중순부터는 국세청이 공무원들이 받은 포상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다. 2014년 이후 받은 포상에 세금을 매겼다.

추가업무가 많이 생겨 과로사도 발생했다.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칠 때인 2월27일 전주시에서 코로나19 지원업무를 맡았던 총무과 행정 7급 공무원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다음날 포항 보건소 공무원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졌으며, 3월2일에는 성주군의 재난안전대책본부 실무 공무원 노동자가 의식불명에 빠진 뒤 같은달 6일 숨졌다. 같은달 20일에는 지난해 9월부터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업무를 했던 파주시 공무원 노동자가 사망했다. 4월18일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 관련 업무를 총괄해 오던 합천군 공무원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달 30일 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해 제도를 바꾸는 일을 하고 있는 공주석(50·사진) 공노총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공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세청이 공무원 포상금 과세를 시작하자 사례 1천671건을 모아 집단 조세심판청구에 나서기도 했다. 2015년부터 제도개선위원장으로 일하며 전국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듣고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시군구연맹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 공노총 제도개선위원회는 어떤 조직인가.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제도를 발굴하고 연구해 개선하는 곳이다. 위원장인 나를 포함해 시군구연맹에서 3명, 교육청노조 2명, 국가공무원노조 2명, 광역연맹 2명,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제도에 대해 청취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노총 내부 위원회다. 4년째 위원장으로 일해 오고 있다.”

- 정부가 만든 공무원 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행정안전부와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소통하면서 제도를 바꿔 나가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6월 차관주재 상견례가 있었고, 3일부터 실무회의에 들어간다. 올해는 근무지 내 출장 기준과 시간외수당 공제제도 개선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3대 공무원노조(공노총·공무원노조·통합공무원노조)는 행정안전부와의 소통채널인 정책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인사와 3대 공무원노조 대표 9인이 1년 간 논의할 의제를 선정한 뒤 노사 협의로 구체적인 제도를 선정하고 개선안을 찾는다.

공주석 위원장이 바꾸겠다는 근무지 내 출장 제도를 보면, 지방공무원의 경우 근무지 내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정액으로 출장비가 나온다. 4시간 이상 근무시 2만원, 미만 근무시 1만원이다. 1982년에 만들어진 출장비 기준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공무원들의 입장이다.

시간외수당 공제제도는 초과근무 시간에서 일률적으로 1시간을 공제하는 것이다. 이는 시간외 근무 앞뒤로 실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시간이 존재하고, 시간외 근무시 석식·휴게 시간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출근 시간이 오전 9시인데 8시01분부터 근무했거나 퇴근시간이 오후 6시인데 오후 6시59분에 퇴근하면 시간외근무를 인정받을 수 없다. 공무원들은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

- 근무지 내 출장 기준, 시간외수당 공제제도에 대해 공무원들이 가진 불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현행 근무지 내 출장 기준은 1982년도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장다닐 때 만든 것이다. (요즘은) 각자 차를 가지고 다닌다. 시대가 바뀐 만큼 제도도 바꿔야 한다. 감사를 할 때 보면 출장을 3시간55분 다녀왔는지, 4시간을 다녀왔는지 이런 지적만 한다.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외 근무의 경우 무조건 아침에는 8시 전에 와야만 인정된다. 8시30분에 오면 인정받지 못한다. 노동시간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노동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도 이 두 가지 의제를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제도개선위원회 역시 정책협의체 채널을 통해 같은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올해는 다른 건 어렵더라도 이 두 가지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면 좋겠다.”

“상명하복 문화, 제도개선 더디게 해”

- 제도의 문제점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수직적인 공무원 문화, 상명하복 문화가 원인 중 하나다. 문제 있는 제도들을 놔두면 그로 인한 불편함은 계속 유지되면서, 스트레스가 상급자에서 하급자에게로 내려오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이를 바꿔야 한다.”

- 상명하복 문화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 텐데.
“그래서 제도개선위원장에게 ‘공감’이 필요하다. 아프다, 어렵다고 하는 현장 목소리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면 현장으로 많이 가서 이야기를 들으려 하고, 제도를 바꾸려 많이 고민하게 된다.”

“노조, 학습과 연대로 제도개선 나서야”

- 제도개선을 위해 노조가 해야 할 일은.
“공부와 학습이다. 노조는 정부와의 소통 채널이 있다. 제도개선을 이야기할 때는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프다, 힘들다고만 이야기하면 정부는 설득되지 않는다. 팔뚝질은 노조의 의견 표출 방법 중 하나지만, 제도를 개선하려면 팔뚝질만으로는 안 된다.”

- 구체적인 경험을 얘기해 본다면.
“천안시에서 노조활동을 하면서 느꼈다. 나는 천안시의 인사시스템을 바꿨다. 천안시는 국민권익위원회 인사청렴도 평가가 5등급이었다.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사권자가 주관적으로 인사팀장·예산팀장 등을 임명했다. 나는 인사심의위원회에 참관인자격으로 들어간 뒤 과정과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공개했다. 37개 직렬이 승진할 때 드는 평균시간을 계산하기도 했다. 모두 스스로 공부해서 내놓은 대안들이었다. 그 결과 천안시의 인사청렴도 평가는 2등급으로 올라갔다.”

-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연대가 필요하다. 특출난 ‘슈퍼 리더’ 한 명으로 인해 제도가 만들어지고, 개선되지 않는다. 혼자 한 것 같아 보이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제도개선위원장이지만 위원회는 나 외에 8명의 위원이 있어 돌아간다. 시군구연맹위원장이지만 사무처 직원들이 없다면 조직은 돌아가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노조는 대체 우리에게 뭘 해 주냐’고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변화는 더디다. 우리는 정부와 수많은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느리게 바뀌는 만큼 변화의 파급력은 크다. 함께할 때 변화가 온다. 함께 가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