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9.29 화 08:00
상단여백
HOME 노동이슈 비정규노동
[대법원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10년] 판례에 뒤처지는 노동행정, 노동자들은 거리로“완성차 생산공정 도급은 불법파견” 잇단 판결에도 후속조치 미흡
▲ 현대·기아차 6개 공장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 오고 있다. <어고은 기자>

2010년 7월22일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 사건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에서 농성 중이다. 자동차 생산라인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져도 사측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를 철저히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탓에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차 6개 공장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해 3일 22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2018년 현대·기아차 비정규 노동자 250여명의 집단 단식농성 끝에 노동부가 마련한 중재안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현대·기아차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내하청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 원청과 비정규직 당사자 직접 교섭을 통한 불법파견 문제 해결 두 가지가 중재안의 핵심이다. 지난해 8월에도 같은 요구사항으로 농성 87일, 5명 집단단식 27일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농성이 마무리됐다. 이번 농성에도 노동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8년 중재안 이행해야” vs “검찰 수사 지켜봐야”

노동부는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게 아니라 검찰 수사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지난해 7월 박한우 기아차 사장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도 기아차에 화성공장 하청업체 16개사 노동자 860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했다. 문제는 간접생산공정은 빼고 직접생산공정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검찰 기준을 그대로 준용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노동부는 하언태 현대차 사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차도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검찰이 기소판단을 내린 뒤 시정지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매일노동뉴스>에 밝혔다.

‘원청과의 직접교섭’에 대해서는 교섭 틀을 마련하는 선에서 노동부의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행 여부는 노사 자율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현재까지 기아차에서 노사 상견례가 한 차례 있었을 뿐 교섭은 진전된 게 없다. 현대·기아차가 특별채용을 전제로 해야 교섭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정규직노조와 합의해 사내하도급 노동자 대상 특별채용을 진행했는데, 근속 일부와 정규직이었다면 받을 수 있던 임금 차액을 포기해야 채용에 응시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8천260명을 채용했고 올해 450명을 특별채용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현재까지 1천700여명을 특별채용했다.

김현제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소송 취하와 부제소합의를 전제로 한 채용으로 불법파견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는 것”이라며 “2·3차 하청노동자는 채용 대상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관계자도 “공정을 정규직에게 넘겨주면서 본인이 일했던 자리보다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렸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울며 겨자먹기로 특별채용에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 현대·기아차 6개 공장 비정규직지회가 7월31일 오후 점심시간 선전전을 마치고 회의하는 모습. <어고은 기자>

“법·제도 미비 아닌, 집행·의지의 문제”

법원은 컨베이어벨트와 거리가 먼 간접공정이나 지원공정에 해당하는 업무도 모두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등 기준을 넓히는 추세다. 그런데 정작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할 노동부가 검찰 기준을 내세우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부가 행정조치만 적극적으로 해도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덕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법과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집행과 의지의 문제”라며 “검찰수사뿐 아니라 노동부 시정명령 같은 노동행정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동부는 법원보다 더 뒤처진 기준으로 판단을 해 왔다”며 “파견과 도급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고 기술변화와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따른 근로관계·노무제공 방식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판정시 즉시 직접고용 제도화”를 공약한 바 있다.

어고은  ag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고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소송자 2020-08-04 00:09:31

    소송취하 조건부 특별채용 필요없다
    대법원판결 끝까지 지켜본다.   삭제

    • somel 2020-08-03 20:18:45

      어려움에 투쟁하는건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와 시국을 보면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부터 많은것들을 포기하는데 투쟁을 하더라도 좀 나중에 하시는게 어떨지 생각이 들게 되네요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