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하루 전날 회의 자리에서 담임 목사님과 약간의 언쟁이 있었는데, 다음날 갑자기 교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시키고 내보냈어요. 일반 회사에서도 하지 않는 식으로 해고한 거죠. 그 당시 ‘멘붕’이 됐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어요.”(부목사 ㄱ씨)

“전도사(개신교에서 목사 안수 이전의 교직)들 중에는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받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예전에 한 달에 40만원 받고 일해 봤어요.”(전도사 ㄴ씨)

2일 개신교 부교역자들이 <매일노동뉴스>에 털어놓은 이야기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사례비를 받고, 담임목사가 그만두라고 하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호소다. 성직자라는 이름에 갇혀 하소연하기조차 쉽지 않은 부교역자들이 노조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결성한 전국민주기독노조 추진위원회(위원장 엄태근)가 주인공이다. 엄태근 위원장은 “노조를 설립하면 민주노총 산하 조직에 가입할 계획”이라며 “전도사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판례가 있지만 부목사가 법적 노동자가 아닌 만큼 노조는 법외노조가 되겠지만 다른 노조처럼 법내 노조로 진입하도록 돌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설립 뒤 △부교역자 4대 보험 의무가입 △근로계약서 작성 △연말에 근무지가 대부분 나오는 것을 고려해 해고시 3개월 전 서면 통보 △교회 안 직장내 괴롭힘·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담임목사 임기제 도입 △교단 헌법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입 대상은 부목사와 전도사(교육전도사·전임전도사·여전도사), 신학생, 일반 교회 직원(사무간사·관리집사·방송간사·사무장·지휘자·반주자), 선교단체 간사 등이 될 전망이다. 담임목사와 장로는 사용자로 보고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노조설립 시기는 8월 말이나 9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엄태근 위원장은 세종시의 한 교회에서 3년 동안 부목사로 일할 것을 담임목사와 구두로 약속했지만, 근무한 지 1년 뒤 당회에서 연임 청원을 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면서 해당 교회에서 쫓겨났다.<2020년 4월27일자 8면 ‘교회 부목사는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참조> 부교역자는 개신교에서 담임목사가 되기 전 맡는 부목사와 강도사·전도사 같은 교직이다. 추진위에는 일자리를 잃은 부교역자뿐 아니라 노동운동가·변호사·정당 활동가를 비롯한 이들이 연대하고 있다.

“15시간 장시간 근무로 졸음운전하다 사고 … 보상은 없어”

추진위는 부교역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토로했다. 특히 전도사의 경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교회 몇 곳에서 전도사로 일했던 ㄴ씨의 경우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로는 생활이 되지 않아 결국 전도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전도사 시절 그가 한 달에 받은 돈은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교회 형편이 정말 어려워 적게 받는 경우, 교회 사정이 괜찮았음에도 적은 급여를 받는 경우 등 교회마다 상황은 다양했다.

ㄴ씨는 “전도사 월급이 60만원일 때 담임목사도 월 120만원 정도만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도사 월급이 80만원일 때 담임목사가 월 500만원을 받는 사례도 봤다”며 “전도사를 노동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목사에게 도제식으로 일을 잠깐 배우는 사람, 같이 교회일을 하는데 학비 정도 대 줘서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엄태근 위원장은 “교회별로 다르지만 강도사는 150만~250만원, 부목사는 150만~250만원 정도 받는데 4대 보험 같은 것도 안 되고 연차도 없다”고 말했다.

고용불안도 겪는다. 또 다른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했던 ㄱ씨는 회의에서 담임목사와 약간의 언쟁을 했던 다음 날 해고당했다. 예배가 끝난 뒤 담임목사가 갑자기 ㄱ씨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교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시킨 것이다. 그는 대개 부목사들이 그렇듯 담임목사와 1년 단위 구두 계약을 맺은 상태였는데, 당시는 ㄱ씨가 근무한 지 4개월 정도 됐던 시점이었다. ㄱ씨는 “최근 교회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재정 상태가 나빠져 부교역자들을 내보내기도 한다”며 “실제 코로나19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는 사람을 내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4대 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도 배제돼 일하다 다치거나 숨져도 산재를 비롯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한 교회에서 12년 동안 전도사로 일했던 ㄷ씨의 경우 교회 업무로 야간에 다른 지역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다 졸음운전을 해 사고를 냈다. 동승자가 숨졌고 ㄷ씨는 경추골절을 당했다. ㄷ씨는 “교회이전 업무로 과로를 한 상태라 몸이 피곤한 상태여서 졸음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ㄷ씨는 월 60만원을 받고 하루 13~15시간 정도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 ㄷ씨와 동승자는 교회에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ㄷ씨는 “동승자 유가족과 제가 교회에서 위로금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교회에서 준 것이 아니라 교인들이 조금씩 모아서 준 거였더라”며 “현재까지도 몸이 아픈데 치료비는 개인 보험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ㄷ씨는 “그 교회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돌아온 건 몸 상한 거랑 무일푼인 통장이었다”며 “부나 명예를 거머쥐고자 한 건 아니지만 12년이나 있었는데 안 좋게 나오게 된 것이 이후에 사회생활 하다 보니 억울하단 생각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추진위는 “종교인이라 할지라도 사회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임금과 근무시간을 보장받았으면 하고, 교회가 책임지지 못할 부분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부교역자도 종교적인 활동을 통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두 발을 땅에 딛고 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담임목사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신학생·교역자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목사 자리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아 열악한 근무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직자와 노동자 사이에 끼여 정체성 확립 한계” 지적도

부교역자를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노동자로 볼 수 있느냐는 개신교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교역자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성직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조성돈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은 “부교역자의 처우와 관련해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교역자를 노동자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히 풀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돈 본부장은 “계약서도 없고 급여도 얼마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 과거 세대에는 이해가 됐는데 요즘 세대들에겐 이해가 안 되니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고 이들이 노동자라는 생각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성돈 본부장은 “다 같이 예배를 준비하는데 (교역자가 하는 것만)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교역자를 월급쟁이라고 생각하면 고용주는 교인들인데 성직자로서의 권위도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부교역자는 노동자냐 성직자냐의 갈등 가운에 있는 듯하다”며 “우리 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풀려다 한계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부교역자로 일한 적 있는 ㄹ씨는 “개신교 내에서는 교역자라면 무조건 월급이 적다고 힘들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힘든 것도 경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며 “가령 어떤 교역자는 청소 일을 해서 한 달에 1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으면서 목회 일을 할 정도로 힘들게 교회 일을 하는데, 가령 월 200만~300만원 정도 받는 부교역자가 노동자라며 이런 저런 권리까지 찾는다는 소식을 그런 분이 들으면 박탈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엄태근 위원장은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교사나 공무원이 되는 것처럼 부목사들도 똑같이 강도사 고시라는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할 수 있다”며 “예전에 교사들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받은 것처럼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는 우리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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