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부산 홈플러스 센텀시티점에서 일하는 A씨는 2년차 온라인 배송기사다. 그는 최근 땡볕에서 일하다 현기증을 느꼈다. 기저질환 없는 건강한 40대 남성이라고 소개한 그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현기증이 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건강에 위험을 느낀 것은 폭염 때만이 아니다. 비가 많이 오는 저녁에는 앞이 안 보이는 길을 헤치고 배송을 한다. 동료 기사들은 “태풍이 왔는데 배송한 적도 있다”거나 “차가 물에 둥둥 떠다녀도 일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지역 배송을 맡은 한 동료는 폭우로 길이 끊겨 산 밑에 차를 댄 뒤 짐을 들고 언덕을 올랐다고 한다.

폭우·폭염에 따른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특수고용직인 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에게는 작업중지권과 쉴 권리가 없다. 30일 마트노조에 따르면 부산에 시간당 8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3일에도 온라인 배송작업은 계속됐다. 노조는 “사측은 배송이 지연되자 폭우에도 이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배송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기상특보에도 휴식이나 대피를 얘기한 안전매뉴얼 등을 회사로부터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수고용직으로 홈플러스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은 그는 장마에 대비한 우의와 폭염에 필요한 소금을 마트와 업체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햇볕이 뜨거운 한낮 2시간만이라도 일을 중단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주 6일 일하는 마트 배송기사는 정해진 물량을 배송해야 일을 마칠 수 있다. 연차·월차 등의 유급휴가도 없다. 휴가를 가려면 대체인력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하루 ‘용차 비용’은 15만원선이다. 급한 일로 휴가를 내면 콜밴비를 부담하는데, 하루 최대 45만원이다. A씨는 “4대 보험도 안 되는데 회사가 어느 정도의 책임은 져야 하지 않냐”며 “폭염·폭우 때 조치를 취하고 배송 물량을 조금이라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산업안전보건법 1조에는 법의 목적이 고용관계를 가진 근로자뿐 아니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마트와 직접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도 노무를 제공하기 때문에 마트는 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37조에는 ‘악천후 시 사업주가 작업중지를 할 것’이 명시돼 있다” 며 “노동자가 위험한 업무를 강요받을 때 이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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