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ㄱ사는 A씨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7월부터 매주 한두 개씩 총 10개의 연차를 소진하라고 요구했다. 연차가 없으면 무급으로 쉬라는 이야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부서에 일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회사 매출이 줄어도 A씨가 속한 팀은 일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회사는 일이 줄어든 다른 부서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강제연차에는 단서도 붙었다. 금요일과 월요일에는 연차를 붙여 쓰지 못하고, 팀 안에서는 2명까지만 같은날 연차를 쓰도록 했다. 업무가 많아 일을 쉬지 못하고 출근해도 연차에서 차감한다는 말도 했다. A씨는 “이렇게 연차를 다 쓰고 나면 여름휴가에 쓸 연차가 없고, 8월부터 연말까지는 무슨 일이 생겨도 하루도 쉬지 못한다”며 “게다가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해서 쉴 때도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가격리 기간 연차로 처리 사례도”

A씨뿐만이 아니다. 29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이유로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연차 사용을 강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B씨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으로 3교대 근무를 하는데, 회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쉬는 하루를 연차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B씨는 연차를 소진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의 말은 묵살됐다.

C씨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한 기간을 연차로 소진하게 됐다. 직업 특성상 대면 업무가 많은 C씨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재난문자를 받은 뒤 회사에 바로 보고했다. 회사의 지시로 귀가조치를 한 뒤 검사하고 자가격리했는데, 음성 판정을 받고 출근을 하자 회사가 B씨의 검사·대기 기간을 모두 연차로 대체한 것이다. C씨는 “노동의 대가로 열심히 일해 연차를 받은 것인데 자의가 아닌 타인의 강요에 의해 연차를 쓰게 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그 밖에도 △연차휴가를 소진하게 하면서 임금의 70%만 지급하는 사례 △연차를 반차·반반차 방식으로 쪼개 소진하게 하는 이른바 ‘꺾기’(손님이 없을 때 조기에 퇴근시킨 뒤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를 한 사례 △내년 연차를 끌어다 소진시킨 사례 △무급으로 쉬게 하고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사례 등을 공개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 시기 선택은 노동자 권리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사례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60조(연차 유급휴가)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휴가는 노동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 해당 기간 동안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연차 사용 강제가 고용노동부 지침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 사업장 대응지침’을 통해 노동자에게 발열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경우 노동자의 신청 없이 연차 사용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대기업·공공기관·정규직은 단체협약을 통해 연차휴가와 별도의 여름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비정규 노동자들은 연차휴가를 활용해 여름휴가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연차휴가를 강제하면서 이들의 여름휴가마저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가 일을 시키지 않기 위해 연차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노동부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자가격리를 한 직장인들에게 연차 강요로 불이익을 주는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