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35년 해고자 김진숙님의 복직을 응원합니다’ 시민 기자회견에서 대한조선공사 시절 자신의 출입증을 인쇄한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문정현 신부, 오른쪽은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 <정기훈 기자>
“김진숙이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고공농성 당시) 크레인에서 입었던 빨간 파카를 저한테 입혀주면서 ‘깨끗하게 드라이해서 갖고 오라’고 치사하게 말했습니다. 근데 저는 파카를 돌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김진숙은 파카를 입기 전에 한진(중공업) 조합원들 곁으로, 현장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복직투쟁에 돌입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 현장을 찾아 한 말이다. 지난해 12월 70미터 높이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만났던 동갑내기 두 지도위원이 28일 다시 서울에서 만났다. 김 위원은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부산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7일간 100여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보행진 끝에 박 위원 고공농성 현장을 찾아 연대했다.

노동·시민단체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본점 앞에서 김진숙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응원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한진중공업 선각공사부 선대조립과 용접1직 사번 23733 김진숙은 35년 전 인간답게 살자고 외쳤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간 이후로 아직 현장에 돌아가지 못했다”며 “김 위원의 마지막 복직투쟁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은 지난달 23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투쟁을 시작했다.

김 위원은 “유인물 몇 장에 불순분자가 돼 해고된 세월이 35년이지만 현장으로 돌아갈 마지막 시간이 남아 있다”며 “10년 전 희망버스 손수건이 다 해지고 낡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내고 우리 손으로 승리의 역사를 써 보자”고 외쳤다.

기자회견에서는 해고의 아픔과 복직을 겪었던 노동자들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지난 5월 11년 만에 출근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복직투쟁 4천464일 만인 지난해 4월 복직 합의를 한 김경봉 금속노조 콜텍지회 조합원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대우버스 울산공장 폐쇄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투쟁 중인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대우버스사무지회 조합원 40여명과 문정현 신부,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변호사) 등도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재하청업체 케이오에서 정리해고된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부지부장은 “인천공항 내 일터로 돌아가는 투쟁을 하고 있는데 김진숙 동지는 우리에게 역사를 이끄는 하나의 수레가 됐다”고 말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우리는 희망버스를 통해 함께 산다는 게 무엇인지 배웠고, 또 자신의 노동문제를 돌아보게 됐다”며 “이 싸움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을 꼭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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