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24일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보고받은 적 없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여당 지도부가 연일 공공기관 지방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관심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8월께 발표할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추가보고로 쏠린다.

균형발전위 관계자는 26일 <매일노동뉴스>에 “8월께 청와대 보고 일정이 잡히면 추가적인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보고한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방안을 구체화해 보고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이전 지역까지 포함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찬반 열 올리는 여야 지도부, 의원들은 침묵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공공기관 이전에 힘을 싣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언급하며 세종에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정부부처·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소속 의원들은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대의’에는 반대할 수 없지만 지역구를 중심으로 이해타산이 달라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청사진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 여당 관계자는 “지방의원을 중심으로 관심은 크지만 입장을 정할 만큼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말을 아끼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 29일 당대표 선거가 변수다. 일부 의원은 당대표 선거 뒤 지방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다.

야당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국면전환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 지지층인 대구와 부산이 지방이전 대상지역 물망에 올라 있고, 지역 찬성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은 포기할 수 없는 백년대계”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찬성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야당이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를 오히려 선도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금융중심지 전략 포기? 정부는 ‘수정계획’ 냈다

명시적인 반대 목소리는 금융권에서 나온다. 국책은행이 지방이전 대상 기관에 오르면서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한 금융중심지 전략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론이다. 금융노조는 산하 국책은행 3개 지부와 함께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했다.

노조는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금융중심지 전략에 큰 타격을 준다고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국가보안법 사태로 동북아 금융중심지였던 홍콩에서 금융기관 이탈 사태(HEXIT)가 발생했다”며 “홍콩을 벗어난 기관을 잡기 위해 각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서울의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중심지 전략은 서울을 동북아시아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후 부산을 제2 금융중심지로 선정하면서 금융기관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전주시도 제3 금융중심지 선정을 노렸으나 기본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반려됐다.

다만 최근 정부가 금융중심지 전략을 새로 개편한 게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5차 금융중심지 조성·발전 기본계획을 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서울을 새롭게 부상한 핀테크 관련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고, 부산을 해양 금융중심지로 육성한다. 해양·선박 등 해양 금융 관련 기관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할 공산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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