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칠 때인 지난 2월27일 전주시에서 코로나19 지원업무를 맡았던 총무과 행정 7급 공무원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같은달 28일에는 포항의 보건소 공무원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졌으며, 3월2일께에는 성주군의 재난안전대책본부 실무 공무원 노동자가 과로로 의식불명에 빠진 뒤 같은달 6일 숨졌다. 3월20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업무 중 쓰러졌던 파주시 공무원 노동자는 열흘 뒤 사망했다. 4월18일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 관련 업무를 총괄해 오던 합천군 공무원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잇단 과로사는 코로나바이러스나 재난시기이고 비상시기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국가 중 하나로, 원래부터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해 왔다. 그런 와중에 비상시국이 되니 업무 과중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더욱 악화된 것이다.

K-방역이 국제표준이라며 연일 정부나 언론에서 치켜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영웅, 희생, 덕분에’라는 프레임으로 덧칠해진 공무원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있을 뿐이다. 국제적으로 ‘K-노동시간’이라며 창피당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대법원은 휴업수당에 관한 판결(1996. 4. 23. 선고 94다446)에서 공무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 14조 소정의 근로자라고 판시했다. 공무원연금법, 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공무원수당규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공무원에 대해서도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은 ‘근무시간 규정’을 따로 정하고 있다. 평상시 주 40시간 노동을 원칙으로 하되, 행정기관이나 지자체의 장이 시간외근무를 명하거나 토요일 또는 공휴일의 근무를 명할 수 있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근무한 경우 그다음 정상근무일을 휴무하게 할 수 있다.

또 전시·사변·재해·재난에 따른 비상근무시에는 휴가를 제한하고 토요일·공휴일과 야간에 비상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다만, 비상근무의 정도는 상황에 따라 1호에서 4호까지 나뉘어 있고, 재해·재난은 비상근무 4호에 해당한다.) 놀라운 것은 공무원 복무규정상 시간외근무나 토요일 또는 공휴일 근무시간·비상시 근무시간은 제한이 없다.(그래서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잘 모르는 것인가.)

다만, 공무원수당규정에서 시간외근로수당이 지급되는 근무명령은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야간근무는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며, 휴일근무수당은 휴일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돼 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소방공무원이 자신의 실제 초과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라며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초과근무수당은 예산 범위를 넘어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규정된 시간보다 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위와 같이 각 규정에서 책정된 예산에 한정해서만 임금을 받다 보니 장시간 노동에 따른 제대로 된 대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101년 전인 1919년 노사정 합의로 1일 8시간, 1주 48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정했다. 프랑스 공무원 노동자들은 주 35시간 일한다. 아무리 비상시기라고는 하지만 공무원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과로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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