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에게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임세웅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자구안 마련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플랜B를 만든다면 이스타항공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책임소재 공방할 듯

제주항공은 23일 오전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업계는 이스타항공의 자력 회복은 어렵다고 본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총계 마이너스 1천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노동자 1천600여명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유류비와 운영비·체불임금을 포함한 미지급금은 1천700억원이 넘는다.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높은 부채비율 등을 이유로 기업회생보다는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인수합병 무산 책임소재를 놓고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 법정다툼이 예상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이미 각각 법률 자문을 맡긴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을 통해 계약 파기 책임소재를 놓고 법리 검토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운항중단에 대한 책임소재, 선결조건 이행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20일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에 운항중단을 권고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직 위기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사측, 책임 따지지 말고 자구책 마련하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경영진에 책임 공방이 아닌 자구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스타항공이 자구안을 마련한다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국토교통부가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국토부는 여섯 차례 사장단을 대면해 양사 이견을 좁혔으나 계약이 결렬돼 안타깝다”며 “고용불안과 항공산업 파장을 우려해 이스타항공의 1천700억원 부채 해소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플랜B를 촉구하고 이를 지원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원 방법에 대해 “방향을 먼저 제시하기 어렵다”며 “이스타항공에서 계획을 내면 진행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산업 전반이 아니라 특정 민간항공사에 선제적 지원이 이뤄지면 특혜시비가 일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은 책임소재 공방이 아니라 자구책 마련을 해야 한다”며 “무능경영에 책임지고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수합병 무산 소식으로) 노동자들이 많이 무너지고 있어 그들을 추스르는 것부터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노동자 730여명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는 인수합병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체당금 이야기가 오갔다. 체당금이란 도산기업에서 퇴직한 노동자가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 정부가 대신 지급하는 임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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