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름’을 뜻하는 ‘특별’이라는 단어를, 정부가 사전적인 의미와는 너무도 다르게 남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 한시적 조정’에 관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긴급하고 특별한 상황처럼 도입 취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을 제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2018년 7월1일부터 공공기관과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한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을 놓고도 재계의 불만이 빗발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시도했다. 계도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도 연장하면서 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1월31일 노동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9조를 개정했다. 기존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거나 재난 등의 발생이 예상돼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다. 그런데 △인명보호·안전확보 △돌발적 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소재·부품 연구개발까지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인가 사유를 확대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었다.

노동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강행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로 지난달 30일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1천665건으로 2019년 대비 약 9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를 인정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유념해야 할 것은 인가 건수가 기업 숫자가 아니라 업무를 뜻하는 것이며, 이러한 업무로 특별연장근로를 하는 기업과 노동자는 노동부 보도자료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많은 기업과 노동자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로 장시간 노동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별연장근로 활용 기간을 확대하겠다는 노동부 방침이다. 1월31일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할 때는 ‘돌발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의 경우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1년에 90일 한도로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 52시간 상한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임을 노동부도 알고 있기에 그런 조치를 한 것이다. 하지만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국가 위기 상황”이라며 스스로가 만든 제도에 예외규정을 적용했다. 상반기 활용한 기간은 일괄 제외하고, 또다시 하반기 동안 90일을 더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취지를 문재인 정부는 잊었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연평균 노동시간 1천700시간보다 400~50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한국에서 노동자 건강권과 노동생산성을 보호하고자 했던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취지를 말이다.

정부는 시작부터 주 40시간 노동 상한제도 아닌 최저기준으로 책정한 주 52시간조차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으로 누더기 법안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또다시 ‘국가 위기’를 내세우며 노동부가 개정한 법조차도 지키지 않으며,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기업의 입장만을 수용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노동자·국민의 안녕과 건강권 보호, 실질적이고 안정된 고용창출을 위해선 오히려 현재보다 더 나은 법·제도인 주 40시간 노동시간제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를 설득하고 견인·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노동부를 포함한 정부 본연의 역할임을 명심해야 한다.

단기간으로 종결될 것으로 생각한 코로나19는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 더는 이런 방식의 단발성 조치는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더 많은 갈등과 혼란만을 가져올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누구에게로 전가되고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지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원래 제정하려고 한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원칙을 바로 세우는 모습을 정부가, 그리고 노동부가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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