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 송옥주 위원장, 강은미 의원실 주최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제한, 정규직 고용원칙을 위한 입법방안 토론회에서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1대 국회는 비정규직 줄이기에 저항하는 고양이(사용자)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해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을 차단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정규직 규제로 정규직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사용자들이 반발할 비정규직 규제대책을 21대 국회가 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용기간 제한’ 비정규직 확산 저지 역부족 확인

민주노총과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 제한, 정규직 고용원칙을 위한 입법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 사용기간을 제한해 남용을 막자는 취지다. 그런데 실제 효과는 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기간제법을 시행한 첫해 전체 비정규직 중 기간제 비율은 44.4%였는데, 지난해에는 외려 50.8%로 나타났다.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기간제 비정규직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해진 셈이다.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해 노동시장 진입 때부터 엄격히 제한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노동계만의 구호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약으로 제시했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2017년 10월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이 같은 방안이 담겼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가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거나, 국회에서 입법을 준비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생애 첫 일자리는 정규직이어야”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간제법을 개정해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비정규직 321만명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노동계와 전문가는 자발적 선택·계절적 사업·출산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대체하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른 지난해 전체 비정규직 748만1천명 중 기간제는 379만9천명(50.8%)이다. 이 중 사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58만8천명(7.9%)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321만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청년에게 제공하자는 게 정흥준 부연구위원의 제안이다. 그는 “비정규직으로 진입한 이들의 정규직 전환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청년의 생애 첫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으로 기존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 전환 자리에 청년을 우선채용하는 사회적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간제법 개정 논의가 시작하면 사용자는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연구위원은 “전환에 따른 단기적인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고용을 안정화할 방안, 교섭을 통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동시에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입법이 매우 힘들 것이기 때문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정규직 무한 확장 중, 파견법 개정 서둘러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급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원청이 직접고용하던 옛 기간제 형태에서 협력업체 외주로 변화하고,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이 급격히 확산하며 고용의 불안정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 상태를 방치하면 비정규직은 더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고 그 양태도 심각해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기간제는 물론 간접고용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얘기다. 신 변호사는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개정해 기간제와 파견노동자의 사용사유를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토론은 줄이고 이제 입법으로 나아가자”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두 발제자와 함께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신예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가 사회를 맡았다. 일자리위원회와 고용노동부는 주최측이 참여를 요청했지만 토론자를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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