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수출입은행도 물망에 올랐다. 수출입은행 전경. <한국수출입은행>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국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목소리를 높이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이전기관 물망에 올라 옮겨 갈 구체적인 지역까지 지목된 국책은행 금융기관 노동자들의 동요도 커졌다. 금융권이 노조를 중심으로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있어 실제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구체화하면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김사열 국토균형위원장
“청와대에 이전 계획 보고, 구체안 차후 공개”


김사열 국토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22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이전 관련 계획을 포함한 지역혁신 생태계 구축 방안을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보고했다”며 “구체적인 지역과 기관을 담은 가이드라인까지 구체화하진 않았고, 차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국토연구원의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연구 결과 용역보고서도 함께 보고됐다. 지난해 5월 연구를 시작해 올해 3월 마무리한 보고서는 △혁신도시정책 추진 성과평가 △미래발전전략 수립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 이행 성과평가와 우수사례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성과를 분석하고,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 이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금융권은 동요하고 있다.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국가 금융산업 전략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이전 대상 지역 은행 등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다. 거주지를 옮기는 등 노동환경에 변화가 불가피해 노동자들도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과거 금융기관의 지방이전 추진 결과도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2009년 금융중심지로 선정된 부산시로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이전했으나 부산시 국제금융지수는 되레 2015년 27위에서 올해 51위로 하락했다.

금융권 노조 중심 반발 확산
“부동산 정책 실패 감추는 불순한 의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도 문제다.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지방이전을 해도 실제 지방에 거주하는 노동자 비율은 많지 않다”며 “지방이전 성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금융권은 노조를 중심으로 공동대응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산업은행지부·한국수출입은행지부·기업은행지부와 함께 공동대응 태스크포스를 최근 꾸렸다. 이들은 23일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답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보내 국책은행 이전 계획을 비판했다.

노조는 공개서한에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공식적 평가도 없다”며 “오히려 학계에서는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가 애초 계획의 10분의 1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처음 시작한 노무현 정부도 국책은행은 동북아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해 지방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투자자금이 홍콩에서 이탈하고 있는 헥시트(HEXIT) 국면에서 수도 서울조차 홍콩 대체지로 부상하지 못해 도쿄·싱가포르에 빼앗기고 있는데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고집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중심지 정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은 부동산 실패 정책을 감추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며 “금융산업을 사지에 밀어 넣는 잘못은 절대 두고 볼 수 없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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