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만 전교조 부위원장

코로나19 대유행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한국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실업수당 지급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문을 닫는 가게, 폐업하는 중소기업도 최고를 기록 중입니다. 통계 속에 개인들의 고통이 전해 옵니다.

이런 시기에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코로나19 위기 극복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먼저 제안한 민주노총의 태도는 옳았습니다. 아스팔트 투쟁만으로는 고통받는 사람을 구제할 수 없습니다. 책임 있는 당사자가 사회적 대화와 협상을 통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100만이 직접 선출한 위원장의 교섭권한, 정파가 흔들어서야 

노사정 합의 최종안 부결을 외치는 사람들은 위원장의 대의원대회 소집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원장의 보내온 ‘대의원에게 드리는 영상’을 보니 사실이 상당히 다릅니다. 직선제로 선출한 민주노총 위원장의 교섭권을 중앙집행위원회 다수 정파가 합의했으니 중단하라는 요구는 놀랍습니다. 사실이라면 정파의 한계를 넘는 부적절한 행동입니다. 중앙집행위원들이 위원장의 교섭을 멈추라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기가 속한 노조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자신이 속한 노조의 의견수렴은 없이 정파의 의견수렴으로 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노조의 전통과 질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 규약 19조의 1항에 따르면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임명직 또는 선출된 대표인 중앙집행위원과 위원장이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지점에서 만났을 때 더 큰 의사결정 단위에 맡기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입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노사정이라는 가장 큰 주체들이 모여 합의한 내용을 승인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대의원대회에서 해야지 어디서 결정해야 합니까? 더 이상 위원장이 소집한 대의원대회에 대한 비판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지금부터는 대의원의 시간

김명환 위원장이 가져온 노사정 합의안 내용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크게 요약해 보면 “해고금지, 생계소득보장, 전 국민 고용보험제, 상병수당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합의안을 읽어 보면 그런 주장은 과장하거나 진실을 왜곡한 표현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대체해 포함됐다”고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합의서에는 67개항의 합의 내용이 있습니다. ‘해고금지’는 ‘고용유지’로 대체해 합의했습니다. 상병수당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 ‘휴업수당 감액’은 고용유지 지원을 위한 조항으로 포함된 것이지 양보가 아닙니다. 굳이 유불리를 따진다면 현장 조건에 따라 노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더구나 “노사의 의견을 고려한다”라는 안전판을 덧붙였습니다. 과도한 우려로 보입니다.

‘휴업조건 완화’는 양보한 내용이 분명합니다. 합의안 67개 항목에서 이 내용이 유일하게 양보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내용을 어떤 무게로 볼 것인가는 중요합니다. 코로나19로 문 닫는 회사가 기록적으로 속출하는 현실, 자본과 정부의 요구, 요구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민주노총의 실질적인 투쟁력 등이 테이블 위에서 저울질 됐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얻은 것이 전체적으로 많은 합의안이라 생각합니다. 100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0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100과 0 사이에는 많은 숫자가 있습니다. 김명환 위원장이 노사정 협의를 통해 가져온 합의안은 분명한 진전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꼭 원안을 읽어 봐야 할 이유입니다.

사회적 대화로 교섭·투쟁 병행해야

김명환 위원장이 노사정 협상테이블에서 40일간의 노력을 통해 가져온 것은 6개 주제, 67개 조항으로 이뤄진 합의안입니다. 100만 민주노총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코로나19로 생존을 위협받는 수백만 노동자의 삶을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이 먼저 제안해서 만들어진 협상테이블입니다. 노사정 합의안을 승인함으로써 협상테이블을 유지하고 그 테이블을 고리 삼아 정부에 대한 개입력을 높이는 것이 절실합니다. 협상테이블을 통해 안에서 흔들고 밖에서 투쟁으로 압박하는 전략적 운동 방식이 필요합니다.

승인을 거부하는 분들은 노사정 합의안 폐기 이후 대안으로 광범위한 투쟁을 제안합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런 대안은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분들 말대로 합의안을 폐기하고 광범위한 투쟁을 조직할 것인지, 아니면 승인 이후 투쟁과 협상을 통해 정치적 개입력과 투쟁을 함께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대의원대회가 될 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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