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로 평가받던 JT저축은행이 매물로 시장에 나오면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JT저축은행지회(지회장 이진한)는 매각 전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사용자쪽에 요구하고 있으나 난항이다.

2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금융그룹인 J트러스트그룹은 지난 2일께 JT저축은행을 매각하기로 했다. 법무법인 김앤장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잠재 투자자들에게 투자 안내문을 보냈다.

매각 여부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번 매각 결정의 배경이 J트러스트그룹의 자금문제이기 때문이다. J트러스트그룹은 2018년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지에 투자를 시작했는데, 실적이 좋지 못해 추가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호소한다. 은행권 매각은 대부분 구조조정을 동반한다. 한덕환 사무금융노조 저축은행지부장은 “팔려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상품가치를 키우려고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과 영업점 폐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우량기업을 다니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실직할까 걱정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JT저축은행지회는 우선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사용자쪽에 제안했다. 현재의 처우와 임금을 유지하고, 인력 등을 구조조정하지 않도록 하는 협약이다. 단체협약도 승계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면 매각협상에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진한 지회장은 “사용자쪽은 아직 매각 초기단계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매각 찬반을 떠나 우선 고용안정과 관련한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매각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회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는 매수자로 사모펀드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JT저축은행을 매수할 자금을 가진 국내 금융자본이 드물다며 사모펀드나 국외 자본 유입을 내다본다. 일본계나 중국계 대부업체가 관심을 드러냈다는 소문이 돈다. 사모펀드는 수익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조직을 슬림화해 되파는 방법을 쓴다. 이 지회장은 “사모펀드가 매수자로 떠오르면 고용이 더 불안해지기 때문에 사전에 협약을 맺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함량미달 매수자라면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지회가 고용안정에 민감한 이유는 앞선 매각 과정에서 실제 인력감축과 영업점 폐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JT저축은행의 전신은 SC저축은행이다. SC금융그룹이 2013년께 매각을 검토했으나 매수자가 1년 넘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몸집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순천과 광양의 영업점이 폐쇄돼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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