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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성차별에 맞서는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 “인권위 권고 무시하는 대전MBC, 많은 분들 관심 필요해”
▲ 유지은 아나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대전MBC에 “성차별 채용 관행을 시정하고 진정인 2명을 정규직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와 김아무개 아나운서가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넣은 지 꼭 366일만이었다. <본지 2020년 6월19일자 9면 ‘여성 아나운서 정규직 전환 인권위 권고 거부한 대전MBC’ 기사 참조>

권고 뒤 한 달이 지났다.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최근 MBC본사에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지역MBC와 논의를 마친 MBC본사는 2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과를 보고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유지은(34) 아나운서를 지난 19일 서면 인터뷰했다.

- 인권위 권고 한 달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김없이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사측이 ‘권고 수용불가’ 입장을 언론에만 밝히고, 당사자인 나에게는 어떠한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사측이 권고를 이행하도록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인권위 진정 뒤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들었다.
“진정 3일 만에 ‘보이는 라디오’ 중단 통보를 받고 목소리만 나가게 됐다. 개편 두 달 만에 갑자기 추가 개편 조치를 내려 라디오 뉴스도 폐지됐다. 뉴스데스크에서도 하차했다. 진정 전 3개의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진정 후 1개만 남았다. 부당한 업무배제가 명백했다.”

- 인권위 진정 계기는?
“(2017년) MBC 파업 후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역 계열사 고용형태 현황 자료조사까지 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그 후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가 부서를 이동하자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공고를 띄우더라. 여성 아나운서에게는 1997년 이후 단 한 번도 정규직 아나운서 채용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전에 일했던 방송국에서도 나보다 늦게 입사한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고, 방송계 차별적 관행이니까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어떤 일을 하나.
“지역 방송사에 있는 많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스타 아나운서’와 달리 ‘무늬만 프리랜서’다. 업무는 정규직처럼 종속적이지만 돈만 주급으로 주는 시스템이다. 나는 대전MBC 입사 전 4년 정도 경력이 있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입사 직후 정규직처럼 보도국·편성국·사업국에서 업무를 배정받았고 하루 8시간 이상 일했다. 겸직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크업 톤까지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고 상시적인 업무지시를 받았고, 자리와 사원증도 받았다. 무급으로 일한 방송 외 업무도 있었다. 어떻게 이게 프리랜서일 수 있겠나. 휴가 한 번 마음 편히 가지 못했다. 휴가가 보장되지도 않고, 무급휴가였기 때문이다.”

- 사측은 “채용 성차별을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데.
“1997년 이후 남성은 모두 정규직, 여성은 모두 계약직 혹은 프리랜서 채용이라는 결과는 명백히 차별이라는 의도를 가졌기에 가능했다. 심지어 2000년대 초반에는 같은 시험을 보고 남성 PD·남성 아나운서·여성 아나운서가 동기로 입사했지만 남성은 정규직, 여성만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결과가 너무나 분명한데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에, 대전MBC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그래도 방송 일이 좋은가.
“여전히 즐겁다. 이 일을 계속하려고 싸우는 것이다. 사측이 성실하게 인권위 권고를 이행할 때까지 끝까지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권위는 1년 동안 관련 증인에 대한 증언과 진술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전국적인 조사도 했다. 채용성차별·근로자성·진정 후 불이익까지 꼼꼼하게 살펴봤고, 충분한 근거로 결정을 내렸다. 50페이지에 달하는 결정문에는 4개 판례가 나와 법리적인 검토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지역 대표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대전MBC는 인권위 권고가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하고 사법적 판단을 요구한다. 오만한 행태다. 노동문제를 보도하고 약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 너무나 개탄스럽다. 나의 무모한 용기로 시작한 이 싸움이 실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여야 한다. 더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봐 주시면 좋겠다.”

정소희  sohe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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