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 없는 날’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주요 택배사 택배노동자들이 다음달 14일 공식적으로 하루를 쉰다. ㈜한진이 1992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택배 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된 것이다. 다만 화주업체 동의가 남아 있는 데다가, 소규모 택배업체는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 전체 업계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택배업·물류업 관계사가 가입한 한국통합물류협회는 “8월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지정한다”는 결정을 지난 17일 업계에 알렸다. ‘택배 없는 날’인 14일은 무급휴가로, 토요일인 광복절을 포함하면 휴가는 최대 3일까지 늘어난다. 협회 임원사인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가 이날을 간선·도급사·대리점·택배기사 모두 쉬는 ‘택배인 리프레쉬 데이’로 논의했다”며 “각 사별 사정에 따라 참여해 고객사에 양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계가 지난해부터 택배노동자의 ‘쉴 권리’를 요구한 결과다. 국내 택배업계 시장 점유율 상위를 차지하는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택배·로젠택배가 이번 결정에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환영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택배노동자들의 ‘쉴 권리 보장’은 업계 내 오랜 화두였다.

주 6일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해 연차유급휴가가 없다. 이들이 휴가를 가려면 대체인력을 직접 구하거나 대리점에 건당 수수료의 최대 3배에 달하는 대체 배송비를 내야 한다. 사실상 쉴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이 증가하면서 업무량이 급격히 늘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잇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택배사에 ‘택배 없는 날’을 요구해 온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는 올해 시민 캠페인을 벌였다. 택배연대노조는 협회 결정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6개월간 늘어난 물량으로 힘들어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지난 9일 기자회견 이후 많은 시민·국회의원·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 왔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과제도 있다. 한 달여 남은 ‘택배 없는 날’이 업계 전체로 확장될지 여부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주요 4개 택배사와 우체국택배는 업계 점유율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올해 고시한 택배회사는 총 18개다. 이들 회사 소속 노동자들에게까지 ‘쉴 권리’가 보장될지는 미지수다. 우체국택배는 협회 소속이 아니지만, 지난해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어 여름휴가를 확보했다.

택배사가 고객사·화주와 협의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올해뿐 아니라 매년 ‘택배 없는 날’이 가능할지도 주목된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년간 연합회도 회사에 휴일을 요구해 왔다”며 “앞으로는 연초 등 미리 휴일을 정해 택배기사들도 좀 더 편히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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