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뜨거운 연대가 아니라 쿨(cool)한 연대라고?

조화로워 보이지 않는 말의 조합이지만, 실제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 뜨거운 여름철 무더위에 고생하는 택배·배달노동자에게 시원한 얼음물 한 병을 전달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토닥토닥 나눔연대’라는 이름으로 코로나19 취약계층을 위한 모금을 했다. 아울러 혹서기에 옥외에서 장시간 중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전 조합원이 함께 진행하는 쿨한 연대를 결의했다.

코로나19로 배달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3.1% 늘었다. 그중에서도 음식 배달서비스는 77.5% 늘었고, 생활용품 배달서비스도 38.0% 증가했다. 택배와 배달의 기능은 시민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라진 뒤에도 이러한 생활 패턴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편리함을 맛봤고, 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배달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오토바이는 보험료가 높아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날 경우 고스란히 본인 책임이 된다. 이미 택배와 배달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된 현실을 감안하면 열악한 노동조건이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돼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사회적 연대 방식으로 이런 현실을 알리고, 또 택배·배달노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쿨한 연대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15일 전태일 50주기 전태일평전 읽기 10차 캠페인은 노회찬재단이 함께했다. 전태일의 풀빵나눔 정신과, 투명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서울시내버스 6411번 새벽 첫차의 청소노동자들에게 가까이 가고자 했던 노회찬 의원의 6411 정신을 결합하고자 했다. 이날 노회찬재단 6411사회연대포럼은 교육공무직본부에서 시작한 쿨한 연대를 전 사회적으로 확산하자는 제안을 했다.

실천 방법은 어렵지 않다. 동네 아파트 공동현관이나 자신이 사는 집 앞에 주 1회 아이스박스를 갖다 두고 얼음물을 넣어 두는 방식이다.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앞에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스박스 옆에 취지를 알리는 안내문이나 홍보물을 비치해 둔다. 아이스박스와 홍보물, 그리고 얼음물이 나오게 사진을 찍고 이를 개인의 사회연결망(SNS)에 게시한다. 게시할 때 ‘#토닥토닥나눔연대’ ‘#혹서기쿨한연대’ ‘#택배배달노동자감사합니다’ ‘#6411사회연대’를 해시태그로 달면 된다. 해시태그로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좋은 실천은 공유함으로써 그 의미가 더해질 것이다.

노회찬 의원 2주기 추모제가 18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다. 사람들은 노회찬 의원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강하게 기억하고 있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인 새벽 4시 6411번 버스 첫차를 타고 강남의 빌딩으로 향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볼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당이 가까이 가야 한다고 외쳤던 그의 연설은 그의 삶의 지향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21일 창립하는 노회찬재단 6411사회연대포럼은 그의 6411정신을 사회적으로 실현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공정하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사회연대전략을 이론적으로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공유하는 활동을 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쿨한 연대는 6411포럼이 제안하는 실천 공유의 첫 사례다. 쿨한 연대는 꼭 택배·배달노동자에게 한정할 필요는 없다. 뜨거운 여름날, 더위를 식히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많다.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장비설치 노동자를 포함해 누구라도 하지 않으면 이 사회가 유지되지 못하는 일을 하시는 존귀한 분들이 바로 우리 이웃이고,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동의 가치는 연대의 마음을 나눔으로써 더욱 존귀해질 것이다. 시원한 마음으로 이 여름을 보내자.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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