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헌호 금속노조 아시히글라스지회장

최악이다. 김명환 위원장이 결국 23일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공고했다. 대의원들에게 전자투표로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안 찬반을 묻겠단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수다. 원포인트 교섭을 제안할 때는 합의안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으나 중집 대다수의 반대에 부딪히자 대의원대회로 갈아탔다.

앞으로의 6일에 민주노총의 운명이 걸렸다. 야합안을 승인할 것인가, 민주노조의 정신과 원칙을 지킬 것인가. 1천500여명 대의원의 손에 달렸다. 나는 확신한다. 100만 민주노총의 대의원은 노사정 야합안과 비민주적 위원장을 부결로 심판할 것이다.

민주노총 사무총국 구성원들도 “양심을 걸고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냈다. 민주주의 일반 원칙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소집된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의 정체성을 흔들고 조직 내 혼란과 분열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 대의원대회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온전히 수렴할 수 없다. 수정의견을 낼 수도 없다. 찬성이냐, 반대냐만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심각하다.

민주노총 가맹 산하조직의 성명서·입장문·서명지가 넘쳐 난다. 수많은 조직이 앞다퉈 합의안 폐기와 사퇴를 요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비정규직과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합의가 아니라 자본과 정권을 위한 야합이기 때문이다.

원포인트 노사정 합의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코로나19를 틈타 막무가내로 자행되는 ‘재난시기 해고’의 금지였다. 그런데 합의문에 해고금지는 아예 사라졌다. 대신 고용유지는 강제력 없는 ‘노력한다’로 ‘퉁’쳤다. 최근 일간지 인터뷰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무조건적인 해고 금지는 가능한가. 현실적으로 한국에선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애초에 목표가 달랐던 것이 드러난 셈이다.

아사아나케이오(KO) 사례를 보자. 자본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전격 해고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싸웠다. 네 번의 천막 강제철거에도 굴하지 않고 싸웠다. 지난 13일 투쟁으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재난을 핑계 삼아 해고를 무차별적으로 자행하는 상황에서 ‘노력한다’라는 문구는 아무 의미가 없다.

반면 합의문에 명시된 노동자의 희생은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노동계는 매출급감 등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 근로시간단축·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경우 적극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노동자는 해고와 생존권의 위기 앞에서 기업에 협력하며 가만히 있으란 얘기다.

코로나19 이후 단축근무와 휴업에 처한 노동자가 넘쳐 난다. 단축근무와 휴업은 경영상 해고 회피 사유로 인정된다. 결국 구조조정의 길을 터 주는 것이다. 합의안은 노동조합이 이에 적극 협력하라는 것이다. 말이 되는가. 노동자들의 미래까지 갖다 바치는 꼴이다. 이것을 어떻게 찬성할 수 있는가.

김명환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를 소신이라고 말한다. 민주노총을 통째로 자본과 정권에게 갖다 바치려고 한다. 제정신이 아니다. 민주노조는 위원장 개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조합원이, 대의원이 직접 야합안을 부결시키고 민주노조가 무엇인지 보여주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