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공장 코나 전기차 조립 라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청와대가 지난 14일 개최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판매를 거론하면서 자동차산업 고용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직이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들과 정부는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노동자 고용안정 방안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16일 <매일노동뉴스>가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 변화를 전망하고 업계와 정부의 대응을 살펴봤다.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5년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 정년퇴직 자연 인력감소 방안 고려

현대차가 전기차 판매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에도 ‘2025 전략’으로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를 56만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이를 위해 울산공장에 그간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혼류생산하던 라인 1개를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 전환이 인력감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고 공정도 단순해서 인력이 덜 필요하다. 2018년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로 전환되면 내연기관 부품 3만개 중 1만1천개가 사라진다. 금속노조도 지난해 1월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전용 라인이 구축됐을 때 조립의장 부문인력이 20~30% 감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워트레인 부문은 모두 외부 조달된다는 가정 아래 전기차 생산 비율만큼 축소된다고 예측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출범한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에 따른 고용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올해 초 위원회 산하에 ‘4차 산업 미래 변화 대응 TFT’를 만들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위원회에서 정년퇴직을 통해 단계적으로 자연감소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위원회 자료를 보면 현대차가 2025년까지 전기차를 45만5천730대를 생산할 경우 울산공장 기준 7천53명의 인력이 줄어든다. 울산공장 정년퇴직자는 누계 9천143명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정년퇴직자가 감축되는 인력 수보다 많을 경우 현대차는 노사 간 협의나 재훈련을 통해 인력을 재배치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현대차지부는 더 많은 인원이 정년퇴직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력 재배치·교육훈련 대책은 ‘미흡’

일각에서는 전기차 전환에 따라 감소하는 필요인력을 다른 산업 분야로 재교육·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조업 인력이 줄어들더라도 안전·편의·관련 인프라·첨단 부품·서비스를 비롯한 분야에서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관련 연구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전장 부품에 필요한 인력이 4만1천명 가량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자동차업계 실업자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 자동차 하드웨어 쪽으로 복직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만큼 이들 일부 인력을 재교육해 전장 부품 쪽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일각에선 (내연기관차 인력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기계 부품쪽 고용은 줄어들 수 있지만 배터리나 모터·인버터같은 전장 부품쪽에서 고용이 새롭게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사례 중에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최근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고 있지만, 2018년 자동차산업 고용 인원은 전년 대비 7만4천명 증가한 253만6천여명이었다. 2018년 대체연료 자동차 분야의 고용은 전년 대비 3만2천명 늘어난 25만3천여명이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자 재교육에 대한 정부 대안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그린뉴딜에서도 산업재편에 대한 구상은 나왔지만 사라지는 산업 노동자에 고용문제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최대한 막기 위해 비용 지원 등을 하고 불가피하게 구조조정하면 실업자를 대상으로 사회안전망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며 “현대차가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무조건 인력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간주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우선 2025년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라면 매년 판매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18% 정도 된다는 것인데 나머지 82%는 내연기관차가 팔린다는 의미”라며 “2025년, 2030년이 돼도 내연기관 시장은 어느 정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사업이 재편돼야 거기 맞는 일자리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컨설팅·알앤디·수요창출 지원을 추진하고 있고, 기존 생산직 인력 재배치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노조 정책국장은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에는 어떤 산업으로 간다는 개발 위주의 정책만 있다”며 “노조 입장에선 좋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인데 앞으로 없어질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설계도 같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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