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SK브로드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력업체 부당전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업체인 티브로드와 합병한 뒤 이뤄진 케이블TV 노동자의 인사이동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 의도로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인 중부케이블은 지난 1일 전주센터 소속 직원 8명을 최대 120킬로미터 떨어진 사업장에 전보했다.<본지 7월2일자 14면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동자 부당전보 논란’ 기사 참조>

15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에 따르면 전보한 노동자들은 하루에 4~6시간을 출퇴근하는 데 쓰고 있다.

중부케이블은 센터 간 인력균형을 이유로 인사발령을 강행했는데, 노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전주에 있던 전송망팀 현장직원은 아산센터로 보내고 고객관리팀 직원은 전송망팀 현장직원으로 전환했다. 전송망팀 인원수가 그래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주센터 전송망팀 직원을 아산센터로 보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노조 문제제기다.

노조 관계자는 “아산센터로 발령난 직원이 고연차이고 상대적으로 기본급이 높았다”며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먼 거리로 인사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구·안양 등에서 스케줄링과 장비관리 업무를 맡은 내근 직원들도 지난 5월 권역 내 인사이동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여러 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한 센터로 몰아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런 인사이동 배경으로 SK브로드밴드가 내년 예고한 기업공개(IPO)를 지목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3월에 열린 SK텔레콤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계획한 SK브로드밴드 상장은 1년 순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21년 상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 전략을 쓰기도 한다.

박장준 노조 조직국장은 “SK브로드밴드와 하청업체들은 노동안전·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사측은 기술서비스 업무 특성을 무시하면서 오로지 ‘인당 생산성’만을 기준으로 과잉인력을 운운하며, 합병 이후 구조조정 분위기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며 “협력업체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복지향상 방안 포함”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노조는 연이은 부당전보가 사실상 해고조치와 다름없다며 합병 조건을 위배했다고 비판한다.

박 국장은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상장을 앞두고 비용절감 차원에서 우선 하청업체들을 통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복지를 향상하라는 합병승인 조건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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