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원 집단감염 사태로 정부가 항만 방역을 강화했는데 방역 부담 대부분을 선원에게 전가해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이 모든 선원에 대해 하선시 14일간 자가격리(외국인선원 시설격리)를 의무화했는데, 격리기간을 무급으로 처리하거나 육상노동자의 주휴와 연차 같은 개념인 유급휴가를 소진하도록 해 논란이 거세다.

15일 선원노련은 “선원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거듭된 실패와 땜질식 처방으로 우리나라 선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달 부산 감천항 입항 러시아 국적 선박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선박에서 내리는 모든 선원에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14일간 격리 조치를 의무화했다.

선원노동계는 항만 검역 강화가 행정편의에만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 전정근 현대상선㈜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은 “주먹구구식 항만 검역으로 선원들이 유례없는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주 부산항에 입항한 컨테이너선에서 근무한 한 조합원이 통증을 느껴 병원 내원을 원했는데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당일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선박이 부산신항으로 출항했고, 검역소에서 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지시해 결국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인천항으로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가격리 의무화에 따른 임금 지급 문제도 논란이다. 선원노동계는 “하선에 따른 격리는 근무의 연장에 해당한다”며 "당연히 급여가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사측은 “하선 이후 임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맞선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원과 선박소유자의 근로계약은 승선을 조건으로 성립한다. 선원이 배에서 내리면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고 내세우는 이유다. 해양수산부가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근거로 선사측에 격리 중인 선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권고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치는 실정이다.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해상직원노조 위원장은 “한국인 선원은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승선 가능하고 하루 세 번 발열체크를 하면서 철저하게 방역지침을 따라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선박이 코로나19 청정지대인데 검역당국은 이를 무시한 채 행정편의적으로 과잉지침을 내리고 그 부담을 모두 선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배가 더 안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선원들은 승선시 코로나19 진담검사를 의무화해줄 것을 바라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요구는 외면하면서 선원을 바이러스 취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수산부는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자가격리 기간 무급으로 처리되는 것에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당장 해법이 없어 해운사를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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