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는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8천590원)보다 130원(1.5%) 오른 8천720원으로 결정했다.<제정남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30원(1.5%) 오른 8천7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내년에 더 넓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삭감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내 최저임금 인상률도 박근혜 정부 임기 평균 인상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급락했다.

외환위기 때도 2.70% 인상했는데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30원(월급 2만7천170원) 인상하는 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시급은 8천720원, 월급(주 40시간 기준)은 182만2천480원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역대 최저 인상률로 기록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인상률은 각각 2.70%와 2.75%로 낮았다. 지난해는 2.87%였다.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수용하지 않은 최저임금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1.5% 인상안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다.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4명은 전원회의 개회 전인 13일 오후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고, 한국노총 추천 노동자위원 5명은 공익위원안에 반발해 14일 새벽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사용자위원 9명 중 2명도 회의 도중 자리를 떴다.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7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1.5% 인상안은 찬성 9표, 반대 7표로 가결됐다. 공익위원들은 전원회의 종료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일자리를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끝에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1.5% 인상을 제안한 근거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0.1%, 소비자물가상승률 0.4%, 근로자생계비개선분 1.0%를 합산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공익위원안을 제시할 때 경제적 위기와 불확실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 올랐을 때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력 감축을 추진할 것이고, 일자리 감소는 생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인상률로 사회적 논란 불가피
산입범위 확대로 임금삭감 노동자 속출할 듯

낮은 인상률로 임금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노동시장 격차 해소가 중요한 과제는 맞지만 최저임금이 그 1차적 정책수단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최저임금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 문제를 최저임금위 결정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의 이 같은 항변에도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라 월할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 월 환산액 15%를 뺀 금액은 내년에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복리후생비(올해 5%→내년 3%)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식대로 10만원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5만4천674원(182만2천480원의 3%)을 뺀 나머지 4만5천326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월 2만7천170원이 오르는데 산입범위 확대로 삭감되는 금액이 이보다 큰 셈이다.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임금항목이 더 있거나 노동자, 정기상여금이 있는 노동자 등의 임금삭감 폭은 이보다 더 커진다.

이번 의결로 문재인 정부 4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7%가 된다. 박근혜 정부 4년간 평균 인상률 7.4%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효과를 반영하면 박근혜 정부 인상률과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노동부 장관은 다음달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고시를 앞두고 노사 등은 최저임금위 의결안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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